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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 개인회생과 양육비

아시아경제 2021.10.22 14:01 댓글 0




배드파더스(Bad Fathers)란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양육비를 지급하여야 할 부모들(대부분이 아버지다)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 신상정보(나이, 직업, 주소, 사진 등 상당히 구체적이다)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사이트다. 문명사회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양육비가 아동의 생존권과 관련되고,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배드파더스의 신상정보공개는 명백한 명예훼손이고 사이트 운영자는 수십 차례 고소당하여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1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배드파더스는 국가가 손 놓고 있는 양육비 문제를 공론화했다. 하지만 배드파더스는 이번 달 말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이 시행됨으로써 정부가 그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 법률 등에 의하면 양육비 이행확보 방안으로 운전면허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이 있다. 그 외 가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제도도 있다.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이란 이혼 시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람(양육비채무자)이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양육비 채권에 관한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양육비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양육비채무자에 대하여 급여채무를 부담하는 소득세원천징수의무자에게 양육비채무자의 급여에서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공제하여 양육비채권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명하는 제도다.




아직 이행일시가 도래하지 않은 장래의 양육비 채권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양육비채무자의 장래의 급여채권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교적 소액의 양육비 채권을 실효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위와 같은 양육비 이행확보 방안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자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필요한 때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육비청구권 중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 후 변제기가 도래한 부분은 개인회생재단채권으로 수시로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시에 변제기가 도래한 부분은 개인회생채권으로 권리행사가 제한되어 그 이행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제도도 문제다.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은 중지 또는 금지된다. 그래서 개인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자녀의 양육비가 충분히 확보될 수 없게 되어 자녀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록 자녀에 대한 양육비채권이 면책이 되지 않는 채권이긴 하지만, 이는 개인회생절차종결 이후에 면책되지 않고 변제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 불과하여,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인 동안 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점을 고려하여 실무는 개인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변제계획이 인가된 이후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고 있다. 이런 실무 태도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변제계획이 인가될 때까지 양육비 확보방안은 없는 상태이다.




명단공개도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효용성이 없다. 여성가족부장관은 양육비채무자가 양육비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양육비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양육비채무자의 성명 등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명단공개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양육비를 확보하기 위한 일부 방안은 개인회생절차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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