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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와 삼성전자의 '1000배 수익' [매경데스크]

매일경제 2021.10.18 00:07 댓글 0






성남 대장동 개발이 온 국민의 화두가 됐다. 시행사인 화천대유 가담자들은 넣은 돈의 1000배씩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문득 최근 나눴던 한 대화가 떠올랐다.

지인 중 1980년대에 외국 금융사의 애널리스트를 했던 분이 있다.

그가 1986년에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를 썼는데 당시 시가총액이 4억달러였다고 한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이 7억달러, 금성사(현 LG전자)가 2억5000만달러였던 시대다.

삼성전자의 현재 시총이 4000억달러가 넘으니 36년 만에 1000배 커진 셈이다. 주주들은 그간 매년 받은 배당금을 제외하고도 1000배 수익을 봤다. 이 지인은 비슷한 시기에 서울 대치동 A아파트를 샀다. 1980년대 말 6억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지금 60억원으로 10배 올랐다.

고수익 투자의 정수는 부동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절반만 맞는 얘기다. '좋은 기업을 분별하는 눈'만 있다면 부동산에 목맬 필요는 없다.

실제 이건 단순한 '투자 무용담'으로 치부할 건 아니다. 상당수 국민의 자전적 스토리다.

1960년대 끝자락에 태어난 필자 주변에도 평범한 봉급쟁이 부모님이 1980년대에 아이들 세뱃돈으로 주식 몇 주씩 사준 사례가 꽤 있다. 당시 정부는 일천한 증시를 키우려고 '국민주' 등의 이름으로 공모를 권장했다. 이제 중년이 된 그 아이들이 돌아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삼성전자를 5000원에 샀더라도 지금 700배 오른 350만원(2019년 50분의 1주로 액면분할을 해서 현재 7만원)이다. 나라와 기업을 믿고 쌈짓돈을 맡긴 국민들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향유하는 놀라운 기적을 이룬 셈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임을 인정한다. 변동성 큰 주식투자를 이런 성공 스토리로만 일반화하긴 어렵다. 실제 포브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10년 후의 세계 100대 기업을 비교해 41개 회사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59개 회사는 명단에서 사라졌다. 광속처럼 급변하는 기업 생태계를 반증한다. 그래서 '좋은 기업을 분별하는 눈'은 더욱 중요하다. 선구안이 있어야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범한 국민들은 1980년대나 지금이나 똑같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10만원, 20만원을 투자하고 씨앗이 열매를 맺어 자산이 커나가길 바라는 소박한 기대를 품고 산다. 최근 젊은 세대에게 불어온 주식투자 공부의 붐은 긍정적이라 본다. 선구안을 키워 높은 수익률을 거둘 확률은 높아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과연 삼성전자의 1000배 수익이 개개인의 투자 공부만으로 이뤄진 일일까.

아니다. 이건 사실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든 성공 스토리다. 훌륭한 기업인이 있었고, 정치인과 공무원이 사명감을 갖고 뛴 와중에 국민들의 쌈짓돈도 역할을 한 것뿐이다. '1000배 수익'을 이루려면 그래서 투자 공부만으론 부족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재테크는 우량기업이 설 수 있게 '기업-금융-정치-행정'이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나만 돈 벌면 그만이란 생각? 그게 허상인 것은 북한이나 남미 국가들을 보면 분명해진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토끼를 사냥하는 나라 주식가치는 곧바로 휴지 조각이 된다.

화천대유의 1000배 수익과 비교하면 진정한 주식투자의 진가가 나온다. 대장동에선 원주민들이 싼값에 땅을 수용당하고 쫓겨난 반면, 특정한 몇 명이 횡재를 했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주주 모두에게 1000배 수익을 올려주고 직원 11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454만명으로 국민 10명당 1명꼴로 주주다. 기업을 살리면 결국 주주는 물론 국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이유다. 30년 후 다시 1000배 수익으로 모두가 웃을 수 있을까.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야 할지 투자자들이 선택할 일이다.

[김선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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