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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면책확정 후에 한 상환약정은 유효한가

아시아경제 2021.09.24 11:26 댓글0






A씨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억5000만원을 B씨에게 빌려줬다. 특별한 재산이 없던 B씨는 실직한 이후 새 직장 구하기도 어려웠다. 채무를 더 이상 변제할 수 없게 되자 작년 7월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2020년 9월 파산선고를 했고, 2021년 5월 면책결정을 했다. 이후 면책결정이 확정됐음에도 A씨는 B씨에게 돈을 갚으라고 매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2021년 8월 할 수 없이 A씨에게 ‘1억원을 차용했고, 매달 20일 50만 원씩 상환하며, 이를 2회 어길 경우 1억5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차용증을 작성해 교부했다.




B씨가 차용증에 기재된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채권자인 A씨가 면책결정 후 채무자(B씨)와 사이에 파산채권의 상환을 약정했음을 이유로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이는 면책결정이 확정된 후 파산채권을 변제하기로 하는 채무자와 파산채권자 사이의 합의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면책을 받은 개인채무자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해 그 책임이 면제된다. A씨의 대여금채권은 파산선고 전에 발생한 채권으로 파산채권이다. 따라서 법원의 면책결정에 의해 대여금채무에 대하여 B씨는 책임을 면하고,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




문제는 ‘면책결정이 확정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면책된 채무를 변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위 약정은 유효한가’이다. 파산절차에서 개인채무자를 위한 면책제도를 둔 취지는 채권자들에 대해 공평한 변제를 확보함과 아울러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개인채무자에 대해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 있다. 면책결정이 확정된 후 파산채권을 변제하기로 하는 채무자와 파산채권자 사이의 합의(채무재승인약정)가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거나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위 약정의 효력을 인정해 판결을 통해 집행력을 부여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면책제도의 입법목적에 따라 위 약정이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이 없는 지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즉, 위 약정은 채무자가 면책된 채무를 변제한다는 점에 대해 이를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자신의 자발적인 의사로 위 채무를 변제하기로 약정한 것일 뿐 아니라 위 약정으로 인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것인지, 채무재승인약정의 내용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 지는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하게 된 동기 또는 목적,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시기와 경위, 당시의 채무자의 재산, 수입 등 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B씨는 지속적인 A씨의 변제 요구에 마지못해 차용증을 작성했고, 면책이 확정된 후 불과 3개월 만에 차용증을 작성했으며, 재산도 없는 실직 상태에서 채무변제가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A씨는 차용증에 근거해 B씨를 상대로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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