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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상승에 신흥국 압박...반년만에 첫 순자본유출

파이낸셜뉴스 2021.03.07 08:02 댓글 0

[파이낸셜뉴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세로 신흥국 시장에서 약 반년만에 처음으로 자본 흐름이 유출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16년 5월 2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항. 사진=로이터뉴스1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이 신흥국의 '허니문'을 끝장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승인을 계기로 순유입세를 보였던 신흥국으로의 자본 흐름이 최근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 속에 순유출로 바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이하 현지시간) 미 금리 상승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갑작스레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대형 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가 내는 일간 자금흐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신흥국 주식시장으로의 외국인 자본유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데 이어 지난주에는 채권 시장에서도 순 자본이탈로 흐름이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약 반년만에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본 흐름이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바뀌었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이같은 자본흐름 역전을 불렀다.

2013년 전세계 금융시장에 몰아닥친 이른바 '긴축발작(taper tantrum)' 우려도 심화하고 있다. 미 경기 과열이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불러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사상초유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을 시사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바 있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자본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면서 "이는 세계 경제가 지난해 대격변을 겪고 여전히 회복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할 때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라고 말했다.

경기회복 초기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에 돈이 몰리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브룩스는 "지난해 11월 백신 사용승인 소식으로 시작된 밀월이 불행히도 막을 내렸다"면서 "2013년 긴축발작을 되풀이하는 상황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흘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미 금리 상승이 신흥국에 별다는 상흔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이들은 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면 신흥국이 심각한 충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IIF가 30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일일 지표에 따르면 1월에만 해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본 규모는 200억달러에 이르렀다. 시의성이 좀 더 떨어지는 월간 통계로는 500억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흐름에 역전이 생겼다.

지난달 마지막 주 일간 기준으로 2억9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2월 하루 3억2500만달러가 유입된 것과 대조적이다.

신흥국 자산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선진국의 채권 수익률이 오르기 시작하면 빛이 바래는 특성이 있다.

금리가 낮은 선진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매력이 감퇴되기 때문이다.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후반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시장을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서 "인내하겠다"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를 어느 정도 벗어나도 조기 금리인상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시장 불안감은 지속됐다.

5일에는 장 초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6%를 다시 넘어서기도 했다.

국채 수익률이 지난달 말, 지난주말 거듭해서 1년만에 최고치인 1.6%를 넘은 가운데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4일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올 연말에는 1.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안이 6일 미 상원을 통과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강화됐다.

결국 미 국채 수익률 추가 상승과 이에따른 신흥국 자본이탈 가속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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