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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디폴트 모면, 여야 '거부권 정국' 본보기 삼아야

파이낸셜뉴스 2023.05.28 18:39 댓글 0

6월 국회 강대강 대치 우려
美 의회 합의도출력 배워야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지고 부채 한도 상향 협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백악관과 의회 간 부채한도 인상을 둘러싼 협상이 극적 타결을 눈앞에 뒀다. 국익을 위해 초당적 합의를 끌어내는 미국의 정치문화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우리 정치권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2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2년간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게 핵심 골자다. 구체적으로 2024년 회계연도에는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에는 예산 증액 상한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번 딜은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 간 잠정합의 사안이다. 그러나 미국의 합의 도출 과정에서 한국의 정치권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 많다.

우선 국가 디폴트 위기 앞에 양당은 이념과 소신을 한발씩 양보했다. 특히 정책별 케이스 바이 케이스 대립에 앞서 큰 틀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빅딜'을 이룬 점이 돋보인다. 2024년엔 지출을 동결하되 2025년 부채한도 상향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용인하고 맞손을 잡은 것이다.

우리 국회에선 정부의 재정운용 실패라든가 복지지출에 인색하다는 식으로 대립각을 세웠을 법한 논쟁을 풀어냈다. 물론 최종 타결까지 가려면 공화당과 민주당 내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산을 넘어야 한다. 다만 큰 그림을 만들었기 때문에 강경파 설득 작업은 비교적 수월해졌다. 큰 판에서 협치를 이룬 뒤 각당별 소통으로 설득해 나가는 통 큰 정치적 결단이 돋보인다.

반면 우리 정치권은 상반기 강대강 대치 정국에 이어 하반기에는 거부권 정국으로 빨려들 조짐이다. 거대야당의 쟁점법안 단독처리에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대치 정국이 점입가경이다. 간호법을 둘러싸고 이미 홍역을 치렀는데도 6월에 또 충돌할 입법이 더 늘었다. 167석을 가진 민주당 주도의 본회의 직회부 법안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 3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간호법 충돌의 바통을 이어받을 소지가 크다.

야당의 독주에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기대고 있다. 그야말로 6월 임시국회는 '거부권 정국'의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대야당 단독처리→대통령 재의 요구→재표결→최종 부결'로 소모전 기간을 따지면 9월 정기국회까지 국회는 장기휴업이나 마찬가지다.

여야는 현 시국을 위기 정국으로 인식해야 한다. 경제침체 위기는 이미 사정권에 들어왔다. 국가안보 역시 미국과 중국 간 첨예한 갈등의 꼭짓점 위에 서 있다.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식의 아집을 고수할 때가 아니다. 위기 정국에 대한 공감이 선다면 각 당의 소신은 잠시 접어두는 게 순리다. 디폴트 위기를 극복하는 미국의 초당적 합의정신을 우리 정치권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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