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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압박해 수출규제 남발 차단… 실효성보다는 명분 챙기기[한국, WTO에 일본 제소]

파이낸셜뉴스 2019.09.11 15:43 댓글0

정부, 日 규제 두달여만에 제소
몇년 걸려 승소해도 강제성 없어
기업들 피해 해소는 담보 못해
'60일간의 양자협의' 집중할 듯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우리 정부의 11일 대(對)일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예고된 카드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 조치(7월 4일) 두달여 만에 이뤄진 점은 전격적이다. '승소'를 염두에 둔 WTO 제소의 전제조건인 우리 기업의 피해 증거를 확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결국 정부의 WTO 제소 명분은 우리 반도체 핵심소재 3건을 틀어쥔 일본에 대한 추가 압박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을 겨냥한 특정품목의 추가 수출규제에 제동을 걸면서 WTO에서 규정한 60일간의 양자협의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양자협의와 '지소미아' 지렛대

WTO 제소로 일본의 조치를 즉각 제한할 수 없다. 설령 2~4년 걸려 WTO에서 승소한다 해도 일본에 '조치 철회'를 강제할 수 없다. 실효성이 분명치 않고 '장기전'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가 수출규제 두달 남짓 지난 현 시점에 일본을 WTO에 전격 제소한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로 보면, WTO 제소로 일본의 추가적인 특정품목 규제를 억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한 반도체 소재 3개를 특정해 '개별허가'로 수출을 통제한 것과 같이,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를 추가 통제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통상 영역에서 WTO 제소,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일본 제외 △외교 영역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11월 23일)라는 '3대 카드'를 꺼냈다.

이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 중 시행되는 '백색국가 일본 제외' 조치는 일본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오히려 우리의 WTO 제소에 불리하게 작용할 일본 측의 빌미가 될 수 있다. 'WTO 제소'가 우리 측에만 유리하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일본은 양자협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피소국인) 일본은 이론적으로 양자협의 수락을 하지 않는 게 가능하다. 이럴 경우 (제소국인) 우리는 패널절차(재판)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WTO 제소로 우리는 도덕적·규범적 우위에 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으나 기업들의 피해를 해소할 실효성은 담보하지 못한다.

결국 일본이 '반응하는' 카드는 지소미아 종료다. 지소미아 종료 시점은 오는 11월 23일. 이는 앞으로 60일 이내, 오는 11월 중순까지인 WTO 분쟁상 양자협의와 시기가 맞물린다.

정부는 이날 개각을 단행한 일본 정부와 남은 두달 내에 물밑협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WTO 제소'로 일본에 추가 규제에 제동을 걸어놓고 양자협의에서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지렛대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으론 한계, 외교력 모아야"

정부의 WTO 제소는 그간 밝혀온 대로 일본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위반을 문제삼았다. 제소장인 '양자협의 요청서'에는 일본의 명백한 위반내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첫째,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둘째, 자유롭게 교역하던 3개 품목을 계약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WTO 협정상 수출제한 조치 설정·유지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셋째,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무역규정 의무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 양쪽 모두 WTO에서 다퉈볼 사안으로 보기 때문에 명분 이외에 실효성은 크지 않다. 일본이 상소할 경우, 현재 WTO 패널 다수가 공석인 상황에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일본 측이 원인으로 지목하는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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