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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국채금리 과도한 상승세… 가계·기업 잠재부실 터질수도" [불안한 금융시장]

파이낸셜뉴스 2021.03.09 18:28 댓글 0

채권시장 전문가 분석
미국 국채 동조화 현상에다
발행규모 늘면서 금리 끌어올려
상승 계속땐 대출금리 올라가
국가부채 조달비용 부담도 커져
일부에선 '하이퍼인플레' 우려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다. 9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7.10원 오른 1140.30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19일 1142.00원 이후 처음이다. 뉴시스
미국발 금리발작이 국내 자본시장의 혼돈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2년 만에 2%선을 넘어선 데 이어 9일 0.6bp(1bp=0.01%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채권 가격은 일제히 떨어졌고, 코스피는 다시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상승폭도 커 국내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뛰는 美 금리, 동조화하는 국고채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는 배경으로 크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 국고채 발행 규모 증가를 들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가상승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일보다 당겨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금리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은 미국 시장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리나라 금리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도 재정부양을 하고, 우리나라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10조 적자국채를 찍어 채권 공급물량이 늘었다"며 "주로 국채를 매입하는 곳이 연기금 및 생보사들인데 수요처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량이 늘어나니 수급에서 꼬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 "금리, 정상적 범주 벗어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국고채 움직임이 정상적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일에 이어 9일도 국고채 금리가 정상적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국채 매입을 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금리는 쉽사리 안정되지 않고 있다. 채권금리가 비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가 (금리상승 여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준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세차례 양적완화를 통해서 시장에 푼 자금이 3조달러 정도 된다"면서 "코로나19로 동일한 금액(3조달러)을 두달 만에 풀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임금인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물가상승이 통제를 벗어난 상태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부채 조달비용 부담 커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가 안정을 찾지 않는다면 결국 조달금리 상승으로 연결돼 긴축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잠재부실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사상 최대치로 쌓아놓은 국고채 이자비용을 견뎌야 한다. 코스콤 체크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고채 발행잔액은 이달 8일 기준 850조6152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작년 말(726조7561억원) 대비 약 두달여에 124조원가량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가계·기업 부채 '소방수' 역할을 하며 금융권 빚도 상당하다. 은행권 채권잔액은 약 359조원으로 2년 사이 50조원 넘게 증가했다. 가계부채와 한계기업들의 잠재부실도 상당하다.

이미선 연구원은 "금리가 이대로 계속 상승한다면 조달금리가 올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안동현 교수는 "사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는 한계기업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며 "초저금리 상황에서 버티던 한계기업 부실이 금리상승과 함께 수면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해볼 만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단기국채를 매도함으로써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는 공개시장 조작방식의 하나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연구위원 역시 "일부 한계기업이나 부채 규모가 늘어난 기업들의 조달코스트가 올라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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