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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주열 “대외 리스크 한층 커져…필요시 대응여력 있다”

이데일리 2019.08.30 12:35 댓글0

- 30일 한은 금통위…기준금리 1.50% 예상된 동결
- “소비자물가 두세 달가량 마이너스 기록할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 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이 총재는 3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또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향후 금통위가 경제 진작을 위한 추가적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50%에서 동결했다.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음은 이주열 한은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번달 들어서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이 악화됐다. 금융시장에선 기준금리가 1.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데.

△미중 무역분쟁이 점차 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많은 나라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예를들어 브렉시트를 둘러싼 움직임과 일부 유로존 국가에서의 소위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같이 작용하다 보니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 ‘R의 공포’라는 게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경제에 여러 어려움이 있어 완화기조를 유지하겠으나 완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예단해 밝히기 어렵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확장적으로 짰다.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가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잡은 예산안을 발표했다. 현재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발표에 곧바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도 경기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완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세수 증가율을 0%대로 전망했다. 세수 증가는 명목 성장률과 비례하는 만큼 내년 한국 경제 성장이 더 나빠졌다는 신호로 보인다.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인가.

△원론적으로 볼 때 세수와 명목 성장률과의 관계가 밀접하나 일대일 대응 관계가 있다고 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국세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를 보면 시차를 두고 조세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금년 기업 실적이 내년 세수에 반영된다. 추가 인하는 상황을 지켜보겠다.

-정부가 향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또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통화정책 결정 시 고려 요소 가운데 환율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보는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7월까지를 보면 순유입기조를 유지해 왔다. 8월에 채권은 순유입했으나 주식자금은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해 국내 외국인 주식자금은 유출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강점인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 점을 감안해 보면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무역분쟁 외에도 홍콩시위가 격화하고 아르헨티나의 일종의 금융위기,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하락 등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이런 요인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의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함에 있어 환율 변동이 직접적인 고려 요인은 아니다. 한국 같은 개방경제의 경우 환율은 대외여건 변화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아 금리 정책은 환율 변동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국내 금융,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게 원칙이다. 최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에도 유의하며 운용하겠다.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신흥국 관련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외불안 확산 및 국내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가. 또 대내외 상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실효하한 아래로 내리는 게 가능한가.

△통화정책 여력을 볼 때 실효하한 개념으로 설명을 했었다. 한국은 정책금리 실효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는 높다는 점,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정책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여력은 갖고 있다.

실효하한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효하지 못하는 선을 실효하한으로 볼지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을 촉발하는 선을 실효하한으로 볼지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실효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효하한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심리 지표가 하락하는 모습인데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본 수출 규제 영향이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한·일 갈등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했으나 이것의 영향을 현재로서 예단할 수 없다. 영향을 받는 품목의 범위와 수가 어느 정도인지, 현장에서 규제 시행 강도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다르다. 이에 일본 수출규제 영향을 현재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쪽에서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이동, 일본계 외화자금 유출형태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외환부분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최근 자영업 대출이 굉장히 크게 늘어났다. 가계부채에 이어 자영업 부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규제강화 영향으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을 뜯어보면 우량 차주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고소득 고신용 우량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 대출의 75%인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최근 업황이 부진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같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 흐름이 상승하고 있어 그 점에 대해서는 유의하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자영업 업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자영업 대출의 건전성과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7개월째 0%대에 머물러 있고, 특히 8월에는 농산물이나 유가 하락 영향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가 나오더라도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보는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이맘때쯤 농축산물이 폭염으로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에 일시적으로 0% 내외로 상당 폭 낮아질 것이다. 두 세달 정도는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기저효과 영향이 상당히 커 연말 쯤 가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다. 내년 초에는 1%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같이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공급 요인에 주로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기저효과가 상당히 크다. 이런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인 흐름의 물가는 여전히 1%대를 나타내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디플레이션은 가격 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최근의 급격한 물가하락은 공급 측 요인과 기저효과가 크기 때문에 디플레까지 아직 우려하진 않아도 되겠다.

-통화정책방향문을 보면 7월에는 일본 수출규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더 작다고 보는 건가.

△지난달 금통위 결정 이후 일본 이외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이 늘어났다. 최근 홍콩 시위가 격화하고 브렉시트 노딜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탈리아의 연정 불안, 이런 것을 감안해 보면 일본 하나만을 언급할 게 아니고 그보다 더 큰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이 생겨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썼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9%로 넘게 증가한 513조원으로 발표했다. 총재는 평소 재정 확대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햇는데, 이 기준에서 봤을 때 내년도 예산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공급 측 요인에 의한 글로벌 경기불안에 대한 대처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 역할을 강조했다. 보다 더 중요한 게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 용처도 중요하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정부의 예산안이 어제 발표돼 그 내역을 뜯어볼 여유가 아직 없었다. 살펴볼 것이다.

-일부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이 많지 않을 때 기준금리 조정 폭을 10bp(1bp=0.01%포인트) 조정하기도 한다. 총재는 이른바 ‘마이크로스텝 금리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현재도 같은 입장인지 궁금하다. 또 필요 시 25bp 이상의 금리 조정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정책금리를 25bp 또는 그 배수로 조정하는 것은 역사가 오래됐다. 1989년 미 연준이 그렇게 하면서 전세계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은행도 2000년대 금리중심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정책금리 조정폭을 25bp로 해왔다. 25bp로 한 배경은 이 수준의 조정이 실물경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유의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최소 단위로 인식되어 왔다. 만약 금리 조정 폭을 25bp보다 작게 할 경우 조정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순 있겠으나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의도한 만큼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일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25bp보다 작게 조정한 사례가 물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리가 매우 낮아져서 거의 제로수준이라 정책여력이 크게 축소된 경우에 한해서였다. 종합해 보면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조정 폭을 25bp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결정문에서 이런 문구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올해 성장률이 2.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인가.

△아직 전망을 수치로 수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 여러 가지 우리 경제에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게 사실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달러의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의견 있다. 잭슨홀 미팅에서도 영란은행 총재가 달러 대체 수단으로 중앙은행 암호통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국제통화체제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한은은 많은 연구를 해왔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재의 국제통화체제가 계속될 것이냐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달러 중심 체제로 갔을 때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그런 의문이 제기되고. 또 신흥국 입장에서는 달러를 가급적 많이 쌓아야 하는, 한국도 400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나 신흥국들이 과도한 수준의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부담을 감안하면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통화체제의 개선은 당연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는 실현가능성 등도 감안해야 하고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구체적인 해법을 찾는 데는 대단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CBDC 이야기도 나왔으나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중국이 앞으로 발행한다 했지만 그 성격을 보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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