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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여도 상장 유지… 투자자 손해 봐도 보호받을 길 없다 [특례상장 이대로 괜찮나]

파이낸셜뉴스 2021.02.23 17: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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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후 5년 관리종목 제외 혜택
투자정보 기업 셀프공시에 의존
무분별한 상장에 증권사만 이익
유망기업 성장 쭉 뒷받침하려면
제도 축소하기보다 보완해나가야



테슬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쿠팡 등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미국과 국내에서 특례상장을 통해 현재 증시에 입성해 각자의 자리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특례상장은 '진흙 속의 진주'를 찾는 작업이다. 기존 요건으로는 증시에 입성하지 못할 기업들에게 상장의 문턱을 낮춰주고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장기간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한다. 그러나 부작용에도 특례상장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는 혁신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파이낸셜뉴스는 특례상장 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진단을 2회에 걸쳐 다뤄본다.

■2005년 도입 후 122개 상장

23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상장사는 122개사다. 지난 22일 기준 이들 특례상장 기업들의 총 시가총액은 45조3154억원으로, 코스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77%로 집계됐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6위인 알테오젠과 15위 제넥신, 17위 셀리버리 등이 특례상장된 기업이다.

특례상장은 요건별로 △기술평가 △성장성추천 △이익미실현(테슬라 상장)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기본적인 골자는 적자기업이라도 성장 잠재력이 있다면 상장 기회를 주는 것이다. 비중별로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 102개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성장성특례가 14개, 이익미실현 특례는 6개다.

지난 2005년 도입된 기술평가 특례상장은 복수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BBB등급 이상을 획득하면 상장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제도다. 2016년 12월 도입된 성장성추천 특례상장은 기술평가가 아닌 상장주관사의 추천으로, 같은 시기에 마련된 이익미실현 특례상장은 별도의 평가나 추천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무조건을 충족할 시 증시에 입성하는 방식이다.

■적자기업도 상장유지 혜택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는 현재가 아닌 미래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만큼 상장 이후에도 다양한 혜택이 유지된다.

코스닥 상장사는 매출액이 30억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만 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후 5년간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또 자기자본 50% 이상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세전손실)이 최근 3년간 두 번 이상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기술성장기업과 이익미실현기업은 각각 상장 후 3년과 5년간 그 적용을 유예 받는다. 이외 기술성장기업은 영업손실(기존 4사언엽도 영업손실 시 관리종목 지정)이 장기화되더라도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에서 자유롭다.

혜택이 주어지는 이유는 특례상장 기업의 특성상 대부분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특례상장 기업 중 약 80%(96개)는 2019년 기준 영업적자를, 전체의 절반이 넘는 62개 기업은 4개 사업연도 내리 손실을 냈다. 통상의 기업이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사유다. 그러나 특례상장 기업 중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신라젠, 캔서롭, 샘코 세 곳 뿐이다.

■투자정보 부족 등 단점

특례상장 제도는 명과 암이 뚜렷하다. 우선 코스닥 시장의 외형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원래라면 상장이 불가능했던 기업들이 이 제도를 통해 증시에 들어와 성장을 위한 자본조달에 성공했다. 기술특례 기업인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고, 아스트는 우량기업부에 편입되는 등 성공한 제도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신라젠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헬릭스미스는 거듭된 세전손실로 상장폐지의 위기에 몰린 바 있다.

특례상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는 않는 데는 부족한 투자정보가 한 몫 한다. 특례상장 기업은 제약·바이오종목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투자의 핵심인 임상개발에 대한 공시는 회사의 '셀프 공시'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어떤 기술이 성장성 있는지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 결과도 일반 투자자들이 봤을 때 모호한 면들이 많다"며 "결국 실적도 안 나오는 기업들을 높은 가격에 무분별하게 상장시키면서 증권사들만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혁신기업 성장의 마중물..제도 보완해야"

다만 산업트렌드가 해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유망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해서는 특례상장 제도를 축소시키거나 과도한 규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교수는 "투자 성공확률은 낮지만, 기술성장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할 수 있어야 훗날 새로운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생겨날 수 있다"며 "특례상장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불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사후규제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부실 가능성을 주시하며, 경영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시서식 개정을 통해 올해 1·4분기 사업보고서부터 특례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재무사항 예측치와 실적 비교, 미사용 공모자금 운영내역, 관리종목 지정유예 현황 등을 추가로 기재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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