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이번엔 배터리부품·변압기? 美 철강·알루미늄 관세 확대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5.12.23 11:08 댓글 0

美 업계, 상무부에 50% 관세 부과 대상으로 파생상품 추가 지정 요청
韓 업계는 반대 입장 "제조사에 과도한 부담…美 경제·안보도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에 50%인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적용 받는 품목을 크게 늘려달라고 요청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철강·알루미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제품까지 마구잡이식으로 관세 부과를 요청하고 있는데, 그 대상에는 배터리 부품과 변압기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도 포함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관보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알루미늄 협회는 배터리 부품을 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분류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파생상품에도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알루미늄 협회의 이번 요청은 배터리 부품에도 알루미늄 함량만큼 50% 관세를 부과하라는 것이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 10월 21일 상무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부품엔 알루미늄이나 철강을 사용하지 않는 분리막이 포함되며, 심지어 완성된 배터리셀도 해당 품목 코드로 수입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협회의 요청이 너무 광범위해 여러 종류의 배터리와 배터리 관련 제품이 해당될 수 있으며, 이들 제품에는 알루미늄이나 철강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삼성SDI는 "배터리 부품의 경우 이미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는 25% 관세를 적용 받고 있어,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으로 지정되면 관세가 중복돼 배터리 제조사의 행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삼성SDI 기흥 본사.뉴시스
삼성SDI 기흥 본사.뉴시스
이에 더해, 미국 기업들은 변압기도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변압기는 이미 상무부가 지난 8월에 추가로 발표한 407개 파생상품 목록에 일부 포함됐는데, 이번에 미국 기업들은 더 많은 종류의 변압기에도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LS일렉트릭은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산업에 중요한 변압기 및 변압기 제조에 사용되는 방향성 전기강판(GOES)을 파생상품으로 지정하면, 이미 심각한 변압기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미국 경제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LS일렉트릭은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같은 동맹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중국산 공급을 대체할 믿을 수 있고 안전한 대안이며, 미국의 정책 목표인 '디리스킹(위험 감소)'과 '적대적인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 감소'에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의 이번 요청은)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며, 국방 및 공공 시설에 지장을 주고, 국가 안보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변압기에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LS일렉트릭.연합뉴스
LS일렉트릭.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목록에 제품을 추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주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5월에도 1차로 업계 요청을 접수한 뒤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 가전제품을 철강 파생상품 명단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LG전자는 "가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철강·알루미늄의 양이 아주 작아 미국의 안보 이익에 유의미한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서 가전제품 등을 명단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상무부는 2차 의견 수렴을 지난 9월에 시작했으나, 아직 파생상품 목록에 추가할 품목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1차 명단 확대 당시 너무 많은 품목을 포함한 탓에 업계 혼선과 경제적 여파가 컸던 터라 상무부가 2차 확대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