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SK실트론 우협 선정..약 4조 추산
두산테스나·엔지온 인수 등 반도체 소재 장비 육성
독일 바커노이슨 인수 등 M&A 큰 손으로  |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연합뉴스 제공 |
[파이낸셜뉴스]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반도체 새 판 짜기에 나섰다.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두산의 SK실트론 인수는 또 한 번 인수합병(M&A)을 통한 도약으로 기대된다. 두산은 2007년 두산밥캣 인수로 유통업에서 중공업으로 그룹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한 바 있다. SK그룹 역시 인공지능(AI) 중심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번 매각을 추진해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정원 회장, SK실트론 인수 진두지휘 두산은 17일 SK㈜로부터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두산은 "인수에 대한 검토 및 당사자간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나, 본 계약 체결 등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이 "반도체 후공정 산업에 관심이 있다"고 직접 밝힌 후 반도체 뚝심이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 대상은 SK㈜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다. SK실트론의 나머지 지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4%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전체 지분 가치(100%) 기준으로 4조~5조원 수준에서 매각 가격을 논의해왔다.
당초 SK실트론 우선협상대상자는 한앤컴퍼니였지만 매각가격에 이견이 있어 맨데이트(책무)가 해제된 바 있다. 당시 한앤컴퍼니를 포함한 5~6곳이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경북 구미 소재 SK실트론 본사와 공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인수 의지를 드러내왔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소재 및 장비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SK실트론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후공정 기업 두산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소재 장비 사업을 육성하며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두산이 SK실트론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사업 분야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웨이퍼 전문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매출은 2017년 9331억원에서 지난해 2조1268억원으로 성장했다.
■SK, AI 밸류체인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두산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 의지를 보여왔다. 9월 말 두산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만 1조235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2000억원대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유동성 여력이 커졌다. 특히 ㈜두산은 최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규제를 벗어나면서 연결기준 부채비율 200% 이내 유지 규정과 자·손자회사 지분 보유 제한에서 해방됐다. 본격적인 M&A(인수합병) 본능이 깨어났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계열사인 두산밥캣은 독일 건설장비기업 바커노이슨을 인수키로 했다. 두산밥캣은 바커 창업 가문과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독일 상장사 바커노이슨 경영권 지분 약 60%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는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뒤 상장폐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2년에 걸쳐 진행한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매각을 추진해 왔다. SK실트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해 SK에 편입된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는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SK는 AI 대전환기라는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퍼 등 소재 분야는 그룹 차원에서 직접 보유하기보다 협력이나 거래 구조를 통해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번 매각을 통해 SK그룹은 AI 밸류체인 중심 포트폴리오를 더 강화하고, 재무 구조도 개선하는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ggg@fnnews.com 강구귀 김경아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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