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피해는 수천만명, 배상은 10만원?…'집단소송제' 도입 목소리 커져

파이낸셜뉴스 2025.12.03 16:01 댓글 0

'정보 유출' 쿠팡 상대 집단소송 본격화
현재 진행 소송, 실제 집단소송과 거리
소송 직접 참여한 사람에게만 효력
배상액 역시 1인당 10만원 수준
옵트아웃 방식 집단소송 도입돼야


3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입주 건물 앞에서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주소, 연락처,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유출된 개인정보가 뿌져지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입주 건물 앞에서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주소, 연락처,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유출된 개인정보가 뿌져지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쿠팡에서 337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둘러싼 소송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지 않아 실질적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집단소송제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준 쿠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페는 약 50개, 회원 수는 5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먼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법무법인 청은 지난 1일 이용자 14명과 함께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법무법인 지향도 소송 참여자를 모집해 위임계약을 완료했고, 법무법인 대륜·로피드 법률사무소 등도 소송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현재 제기되는 소송은 실제 '집단소송'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집단소송이라고 불리는 절차는 사실상 비슷한 피해를 입은 다수의 피해자가 함께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의미한다. 로펌이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위임받아 공동소송 형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이 분산돼 개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대표자가 소를 제기해 모든 피해자에게 판결 효력이 미치는 집단소송과 달리, 현재의 공동소송은 소송에 직접 참여한 이들에게만 효력이 적용된다. 배상액 역시 대체로 1인당 10만원 수준에 머문다. 실제 지난 2014년 카드 3사에서 개인정보 1억여건이 유출됐을 때 법원은 1인당 최대 1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6년 인터파크 해킹, 2024년 모두투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1인당 10만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이처럼 배상 판결이 내려져도 소송 참여자에게만 효력을 미치고, 배상액 자체도 손해에 비해 턱없이 낮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로는 실질적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은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집단소송법 등 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만 구제를 받을 수 있다"며 "5년 이상 변호사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10만원 내외의 보상을 받는 것에 그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실질적 피해 구제가 어렵다 보니 반복되는 정보 유출 사고에도 기업들이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현재의 집단소송은 구제 범위가 제한된 데다 위임계약 체결, 자료 제출, 소송 진행 등 절차적 부담과 비용 문제까지 겹쳐 상당수 피해자는 아예 소송을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에선 기업이 제한된 인원에게만 배상하면 된다는 인식이 생기기 쉽고,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해도 이를 중대한 법적 리스크로 받아들이기보다 '감당 가능한 비용' 정도로 여길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표성이 있는 일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판결 효력이 전체 피해자에게 미치는, 이른바 '옵트아웃' 방식의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우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건이라면 집단소송을 허용하며 옵트아웃 방식으로 원고 승소 시 피고 측이 출자한 구제기금을 각 구성원에게 분배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안 6건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방민우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쿠팡 정보 유출 사태도 그렇듯 최근 기업이 양산하는 피해자 규모는 수십만명에 달하는 상황이기에 이에 적합한 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소송이 훨씬 쉬워져 기업들이 언제든 소송을 당할 수 있기에 훨씬 더 조심하고 경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박성현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