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컨소시엄, 11년 만에 엑시트
프런티어리소스, 부채포함 3.8兆에 인수
해운협회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기" [파이낸셜뉴스] 현대LNG해운이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Sinar Mas) 그룹의 해운·자원개발 계열사인 프런티어리소스(Frontier Resources)에 3조8000억원(부채 3조4000억원 포함) 규모 기업가치로 매각됐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IMM 컨소시엄)으로서는 2014년 1조300억원(부채 제외한 에쿼티 투자 금액 4000억원)에 인수한 후 11년 만에 엑시트(회수)다.
한국해운협회는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은 유사시 안정적으로 핵심에너지 수송을 전담하는 국적선사가 부족하게 되고, 핵심에너지인 LNG(액화천연가스)의 수송을 해외 선사에 의존하게 돼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고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IMM 컨소시엄은 현대LNG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SPC ‘아이기스원(Aegis One)’ 지분 100%를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Sinar Mas) 그룹의 해운·자원개발 계열사인 프런티어리소스(Frontier Resources)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현대LNG해운은 국내 컨테이너 선사인 HMM과 함께 현대상선에 속해 있던 사업부로 2014년 분할돼 IMM 컨소시엄이 인수했다.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KOGAS)를 단일 화주로 하는 LNG선박 6~8척 규모의 중형 선사였지만 이후 전략적 선대 확충과 해외 화주 확보를 통해 글로벌 LNG·LPG 운송사로 성장했다.
프런티어리소스는 시나르마스 그룹의 주요 자원개발 계열사 중 하나다. 호주 등의 지역에서 자원개발 뿐만 아니라 자원의 해상운송사업에도 진출할 의지가 크다.
국내 LNG 해운시장은 최근 몇 년간 화주들의 조달 방식 변화와 대기업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입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가스공사가 FOB(Free On Board, 본선인도) 방식으로 LNG를 도입하며 국적 해운사가 운송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DES(Delivered Ex Ship, 착선인도) 방식의 계약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운송 주도권이 해외 선사로 넘어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국적 해운사의 국내 도입 LNG 운송 비중은 2020년 52.8%에서 2024년 38.2%까지 하락했다. 최근 업계는 LNG를 국가 핵심 에너지로 규정하고 국적 해운사 운송 비중을 다시 70%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향후 가스공사가 다시 FOB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해운사들의 시장 진입 역시 국내 해운업계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팬오션 등 자본력과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갖춘 선사들이 잇따라 LNG 운송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기존 전문 LNG 해운사 중심의 시장 구도가 다핵화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 LNG선의 매각·해체가 가속화된 점도 선대 재편을 촉진시켰다.
현대LNG해운은 최근 1년간 노후 증기터빈선 4척을 매각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다수의 LNG·LPG 선들을 신규 발주해 페트로나스(Petronas), 렙솔(Repsol), BGN, E1 등 주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매출 100%였던 가스공사 비중은 2025년 약 23%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글로벌 화주 비중은 76% 이상으로 확대됐다.
현대LNG해운의 운송 물량 중 가스공사가 차지하는 물량 비중은 약 23%다. 국내 전체 LNG 수입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스공사의 전체 LNG 도입량을 기준으로 볼 경우, 현대LNG해운의 비중은 6% 이하에 불과하다.
현대LNG해운이 보유한 4척의 KOGAS 용 필수선박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 동일하게 운항된다. 현대LNG해운은 대한민국에 등록된 영리법인으로서 국적 해운사로 지속 운영되며 주주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부여한 모든 의무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
IMM 컨소시엄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임, 2020년부터 다수의 재무 및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타진했다. 당시 제시된 가격이 원금 수준에 미치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 알래스카 LNG 등 글로벌 LNG 프로젝트의 가시화, 현대LNG해운의 실적 개선, 신규 화주 확보 및 장기계약 기반 강화 등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만한 요인이 축적되면서 해외에서 IMM의 가치 기준을 충족하는 원매자를 찾게 됐다.
프런티어리소스와 시나르마스 그룹과의 결합은 현대LNG해운의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시나르마스 그룹은 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와 호주 지역에서 강력한 물류·자원 개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LNG해운이 아시아 및 호주에서 신규 프로젝트와 운송 기회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한국이 호주산 LNG의 약 14%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나르마스의 호주 현지 네트워크와 현대LNG해운의 운항 경험을 접목할 경우 호주 관련 신규 LNG 프로젝트 확보 가능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LNG 벙커링 허브로 급성장 중인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다양한 입찰 기회를 확보할 수 있으며, VLGC·LPG 선단 운영 경험 역시 그룹의 기존 해상물류 인프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 이후에도 기존 해상·육상 전 직원의 고용은 그대로 승계된다. 신규 자본 유입에 따른 부채비율 개선, 금융조달 비용 절감, 신규 사업 경쟁력 강화 등도 기대된다.
다만 해운협회는 이번 매각 시 한국의 핵심에너지 운송자산, 수십 년간 쌓아온 LNG 수송 노하우 등의 정보자산, 그리고 한국가스공사의 장기계약 수송권 등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자산이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우려했다.
국적선사의 LNG 적취율은 2024년 기준으로 38.2%에 불과하다. 2029년에는 12%, 2037년에는 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협회는 가스공사와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현대LNG해운이 해외 매각된다면 우리나라 LNG 적취율 하락이 더욱 가속화되어 LNG 공급망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협회는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은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 목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 '핵심 에너지 운송 국적선 이용률 70% 이상 유지 및 선박의 해외 매각 방지'를 반영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에너지 해상 수송 자립도를 높이려는 정부 노력의 핵심에 있는 국내 대표 LNG 전용선사의 해외 매각은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봤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대의 액화가스(LNG/LPG) 전문 수송 선사인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은 현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 앞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를 공급망 위협속에서 핵심에너지 수송의 큰 위기"라며 "국가경제 및 에너지 안보 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 매각이 아닌 국적선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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