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벤처가 국력 (상) 레이저 요격 시스템 아이언빔으로 아이언돔 대체해 방공망의 패러다임 바꾼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

파이낸셜뉴스 2025.11.19 13:01 댓글 0

천문학적인 방공망 예산 대폭 절감
국방도 강화하고 수출 늘려 외화도 벌고
아이언빔으로 방공망 패러다임 바꾸고
AI 지휘통제 시스템 구축에 박차






이스라엘 국경 지대에 배치돼 시범 사용 중인 고성능 레이저 요격 시스템인 아이언빔. 기존 시스템의 사거리보다 5배 이상 먼 10㎞ 거리에서도 바늘 구멍처럼 작은 면적에 빛을 집중 시켜 로켓이나 미사일, 드론 등의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다. 아이언돔을 개발자인 이스라엘 국영방위산업기업 라파엘이 개발했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이스라엘 국경 지대에 배치돼 시범 사용 중인 고성능 레이저 요격 시스템인 아이언빔. 기존 시스템의 사거리보다 5배 이상 먼 10㎞ 거리에서도 바늘 구멍처럼 작은 면적에 빛을 집중 시켜 로켓이나 미사일, 드론 등의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다. 아이언돔을 개발자인 이스라엘 국영방위산업기업 라파엘이 개발했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문)전쟁과 교전 등 출렁이는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올 2.5%가량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혁신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기업과 정부 노력 속에서 세계적인 벤처와 방산 분야의 돌파와 성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현장 취재를 통해 기업과 정부의 생존 전략과 성취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세계 방공망 체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으로 세계 방공망 시장을 주도하던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고성능 레이저 요격 시스템, 아이언빔을 내놓았다. 5만달러 상당의 요격 미사일을 3달러 짜리 레이저로 대체, 국방 예산의 천문학적인 절감과 방공망의 체계를 확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 국영 방위산업기업 라파엘(라파엘 어드밴스트 디펜스시스템스·RAFAEL)은 레이저로 드론과 로켓, 미사일 등을 아이언돔 만큼 정밀하게 요격할 수 있는 아이언빔 시스템의 개발이 끝나 올 연말까지 국경 지대 및 주요 밀집 시설 주변에 실전 배치한다고 현지를 찾은 기자에게 밝혔다.

텔아비브 북쪽 약 20km 지점에 위치한 라파엘의 레?(Leshem) 연구소. 지난 12일. 방문한 기자에게 라파엘 측은 "올 연말까지 전선에 아이언빔이 실전 배치된다"고 밝혔다. 기존의 레이저 요격 시스템은 기술적 한계로 사거리가 짧아 실전에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그러나 라파엘의 아이언빔은 기존 각국의 레이저 방어 체계보다 다섯 배 더 멀리까지 쏘아 맞출 수 있게 됐다. 10㎞ 거리에서도 바늘 구멍처럼 작은 면적에 빛을 집중시켜 로켓이나 미사일, 드론 등의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기술적 돌파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스라엘 라파엘의 고성능 레이저 요격 시스템, 아이언빔이 야간에 레이더가 감지한 비행체에 대해 요격하면서 레이저를 쏘아내고 있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이스라엘 라파엘의 고성능 레이저 요격 시스템, 아이언빔이 야간에 레이더가 감지한 비행체에 대해 요격하면서 레이저를 쏘아내고 있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연말까지, 주요 국경지대 및 주요 시설 주변에 실전배치
라파엘 관계자는 로켓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해 온 하마스와 지난 6월 이란의 12일간의 미사일 공격을 아이언빔으로 요격하는 등 실전 사용에서 아이언돔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올 연말 각 전선에 이를 실전 배치키로 했다는 것이다.

아이언빔도 아이언돔처럼 레이더가 감지한 비행체에 대해 인공지능(AI)이 초 단위로 비행 궤도와 치명도, 예상 낙탄 지점을 분석하고 주요 시설과 주거 지역에 떨어질 로켓, 드론, 미사일 등을 골라 요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라파엘 측은 실전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들을 AI와 연계시켜 아이언빔을 조정하는 지휘통제·전투관리 시스템의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며 전투체계의 자동화의 완벽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라파엘이 제작해온 아이언돔은 미사일 요격 성공률 99%로 성능 면에서는 탁월했다. 그러나 미사일과 로켓, 다연장포, 드론 등 한꺼번에 쏟아지는 동시다발적 다영역 포화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싸고, 장기전을 치르기에는 공급망이 받쳐주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아이언빔은 이같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준 게임체인저가 됐다.

다른 요격 미사일보다 10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한 편으로 소문난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조차 1기당 5만 달러나 됐다. 이에 비해 아이언빔의 1건 발사에는 단지 3달러 정도가 든다. 가격을 확인하는 기자에게 이날 라파엘 관계자는 "전기값만 든다"면서 웃었다.

군 기지와 주요 시설, 인명 보호에 활용해 온 아이언돔은 비용 탓에 이스라엘 당국은 큰 부담을 느껴왔다. 반면 숙적인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은 수백달러짜리 로켓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의 영공을 공격하며 비용면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적대 세력의 미사일, 로켓 공격이 장기화되면 이스라엘은 파산할 것"이라는 말이 단지 우스갯소리만은 아닐 정도로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에 심각한 재정 압박을 느껴왔다.


전투병들과 차에 장착해 운용하는 이동형 모바일 아이언빔. 관계자들은 "50kW 용량 발전기를 트럭에 장착해 레이저를 발생시키고 전투병들과 함께 움직인다”라고 설명했다. 깃발에는 이스라엘 방위군 국토방위사령부라고 히브리어로 쓰여있었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전투병들과 차에 장착해 운용하는 이동형 모바일 아이언빔. 관계자들은 "50kW 용량 발전기를 트럭에 장착해 레이저를 발생시키고 전투병들과 함께 움직인다”라고 설명했다. 깃발에는 이스라엘 방위군 국토방위사령부라고 히브리어로 쓰여있었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네 가지 타입의 아이언빔 양산에 박차
이런 가운데 아이언빔의 실전배치로 국가 방위비의 획기적인 절감과 해외 수출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기술 돌파를 이뤄낸 라파엘측은 아이언빔 4종 세트라고 불리는 네 가지 타입의 고에너지레이저(HPL)를 활용한 레이저 요격 시스템을 공개했다. 라파엘 관계자는 "고정식 아이언빔, 모바일 형태, 배에 장착하는 해상형(Naval Iron Beam), 이동이 더 간편한 초경량 아이언빔(Light Beam) 등 4가지로 양산,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형과 건물, 날씨 등으로 인한 제약은 모바일 및 초경량 아이언빔을 현장에 분산 배치시켜 대응한다는 설명이었다.

가장 표준이 되는 고정식 아이언 빔은 전력 100kW급에 렌즈는 450mm이다. 공항과 군 기지, 주요 공공시설 등 전략 거점 방어를 위해 설계됐다. 모바일 아이언 빔은 50kW급에 중구경 렌즈를 장착하고 있다. 국경수비대와 기동성이 필요한 군부대 요원들이 운용한다. 국경과 전선에 배치돼 군부대 및 장병 호위 및 틈새 방어에 쓰인다. 관계자들은 "100kW급은 발전기가 커서 이동이 어렵고, 이를 줄인 50kW 발전기를 트럭에 장착해 레이저를 발생시키고 전투병들과 함께 움직인다”라고 설명했다.

함정 탑재해 운용하는 해상형(Naval Iron Beam)은 드론·로켓·박격포탄 등 각종 근거리 위협을 저비용으로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경량 아이언빔(Light Beam)은 10kW급으로 가로세로 4×4 크기에 경장갑차(APC)급에 탑재될 수 있도록 제조됐다. 라파엘 관계자는 "올 하마스 로켓 공격과 지난 6월 이란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 때 처음으로 실전에서, 국경 지역에서 성공적인 요격을 여러 번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거리나 사각지대에서 드론 및 소형 무인항공기(UAV), 소형 로켓을 신속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엘은 20년 가까운 연구개발 끝에 ‘적응 광학’ 기술에서 돌파구를 열었다. 사거리가 멀어질수록 빛이 퍼지는 회절 현상을 극복했고, 수백 개의 레이저빔을 하나로 합쳐 수증기, 바람, 먼지 등 대기 간섭을 뚫고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 레이저 방어장비대부분은 안개나 바람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2km 이상의 장거리 목표물을 제대로 타격하기 어려웠다. 라파엘 관계자는 아이언빔의 핵심 기술 성취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도 이 새로운 방어장비의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고정식 아이언 빔의 렌즈 모습. 전력 100kW급에 렌즈는 450mm를 표준으로 했다. 공항과 군 기지, 주요 공공시설 등 전략 거점 방어를 위해 설계됐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고정식 아이언 빔의 렌즈 모습. 전력 100kW급에 렌즈는 450mm를 표준으로 했다. 공항과 군 기지, 주요 공공시설 등 전략 거점 방어를 위해 설계됐다. 이스라엘국방부 제공



■라파엘은 어떤 기업?
국영 방산기업 라파엘(RAFAEL)의 뿌리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초대 총리 벤 구리온 등 건국의 아버지들의 생존 전략으로 시작된 국가적 사업에서 시작됐다. 벤 구리온은 "우리는 작고, 자원도 부족하다. 과학적 우위로 생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그 기조 아래 국방부 산하 과학부대(HEMED)가 출범했는데, 그게 라파엘의 시작이었다.

"히브리어로 ‘신이 치유한다’ 뜻의 라파엘이라는 이름이 1954년부터 쓰였다. 이 뜻은 동시에 당시 무기 연구개발(R&D) 당국(Authority)의 약자였다”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라파엘은 처음엔 미국, 영국 장비를 수리·개조하는 일에 했지만, 1960~80년대엔 직접 생산을 넓혔고, 1990년대 주식회사가 되면서 대표적인 글로벌 방산기업이 됐다. 국가 방위와 함께 수출 등 수익 창출도 중시한다.

무엇보다 4차례의 중동 전쟁, 레바논 분쟁, 가자 및 하마스 전쟁 등으로 전쟁터의 실전 데이터들이 갖고 있는 것이 라파엘과 이스라엘 방산 기업들의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AI 기반 자율 무기체계 구축에서 가장 앞선 방산업체로 손꼽힌다. 2024년 기준, 공개 수입만 38억달러(5조 5,723억원), 수주액은 145억달러(21조2,628억원)이다. 출발 초기 미국, 영국의 장비 수리·개조로 시작한 이력에서 보듯 지금도 아이언돔은 미국 레이시언과, 애로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국 보잉과 협업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들과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착돼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20개국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라파엘은 "국가와 동맹국들에 대한 충성, 선구적인 혁신" 두 가지를 DNA의 두 기둥으로 내세우고 있다.

12일 돌아본 레?(Leshem) 연구소 전시장에는 한국군 운용 버전도 있다는 대전차 미사일 스파이크, 아이언돔, 원격해상포격 시스템인 타이푼, 미 육군 등이 사용하는 대전차 미사일 탐지 격파용 전차 능동방호 시스템(Trophy APS)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외국 언론에게는 첫 공개라는 설명도 있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