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어른이들 동심 깨우는 케이크 초대장 [이현희의 '아트톡']

파이낸셜뉴스 2025.11.17 18:38 댓글 0

우국원 'Let Them Eat Cake'


우국원 'Let Them Eat Cake' 서울옥션 제공
태어나 한 해를 보내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나이가 차면 어른이 된다.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의 존재를 찾고 싶다. 이렇게 책임질 게 많아져 즐기는 것이 제한되는, 그 감춰둔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을 위한 작품이 있다.

흘려 쓴 것 같은 텍스트와 귀여운 이미지가 함께 하는 우국원의 작품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느낌이 가득하다. 일상의 에피소드에 우화적 요소를 가미해 표현하거나 동화적 상상력을 드러낸 화면을 통해 감상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먼저 말을 걸어온다.

커다란 크기의 캔버스에 제작된 'Let them eat cake'는 상단의 텍스트를 패턴 형태로 구성해 초대장 같은 형식을 지니고 있다. 그 아래로는 테이블 위에 높다랗게 쌓아 올린 삼단 케이크가 보인다. 그리고 개구리와 아이, 강아지와 어른이 좌우로 나누어 앉은 채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파티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어서 와, 집에 잘 도착했구나'라고 해석되는 영어 텍스트와 화려한 케이크가 등장하는 작가의 '케이크 시리즈'는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다채로운 색감과 독특한 질감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케이크를 표현함에 있어 입체감이 두드러지도록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리고 실제 케이크 장식에 사용되는 파이핑 팁을 활용해 물감을 짜 넣은 장식이 돋보인다.

케이크 시리즈에서 이 작품만이 갖는 또 다른 이야기적 요소는 하단에 놓인 회색표지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어린 앨리스가 토끼굴을 타고 떨어져 도착한 환상의 세계에서 겪는 모험을 담고 있는 책을 작품에 함께 구성하여 작가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내면의 성장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