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인적 쇄신·조직 슬림화'
SK, 10년來 최대 규모 인사 단행
텔레콤 수장 교체·임원 30% 감축
삼성은 李회장 사법 리스크 털고
강력한 성과주의 조직 개편 예고
LG는 ABC 사업 중심 쇄신 속도
국내 주요 그룹에 '인사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인적 쇄신','조직 슬림화', '현장 중심 경영'등을 기치로 젊고 빠른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총수들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발 산업 격변, 경기침체 및 산업 구조조정, 미국발 생산 재배치, 중국 산업계의 도전 등 각종 대내외 파고에 대응해, 기업들의 생존 본능도 한층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임원 30% 감축 충격… 세대교체·인적쇄신 전면에
SK그룹은 지난 달 30일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SK텔레콤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13일 SK텔레콤 임원 30% 감축이란 고강도 쇄신카드를 꺼내들었다. SK텔레콤 창립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감축이다. 대규모 해킹사태 및 고객 정보 유출, 실적 악화에 대응한 문책성 조치다. SK그룹은 경영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역설하고자 대략 12월 초로 예상되는 그룹 계열사 전체 임원 인사보다 한 발 앞서, SK텔레콤 인사를 먼저 실시했다.
이번 SK텔레콤 인사는 그룹의 인적쇄신 의지와 더불어, 세대교체, 조직 슬림화 등 세 가지 특징이 망라됐다. 지난해(3명)보다 많은 11명을 신규 임원으로 발탁함과 동시에 기존 임원 자리 중 30% 자리를 감축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달 말 '현장형 리더' 전진배치를 기치로, 최근 10년래 최대 규모(16명)로 그룹 및 주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사장단 인사 대상자 중에는 최연소 49세부터 50대 중반이 주축(평균 56세)을 이뤘다. 이로 인해 60세가 넘어가면 사실상 사장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AI발 산업 격변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현장형 인사를 전면에 세우겠다는 게 최 회장의 의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도 통상 11월 말로 예정된 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보다 약 두 달 앞서서,
LG생활건강 대표에 대한 교체 인사를 실시했다. 경고를 줄 곳은 신속히, 확실히 조치한다는 수시 인사 기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삼성 사장단 인사 다음주 초 예상
삼성은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부회장(사업지원TF장)의 퇴진과 함께 '삼성의 중핵'이자 임시비상조직이었던 사업지원TF를 전격 상설조직으로 격상시켰다. 사업지원실 개편 인사가 먼저 실시되면서, 당초 11월말로 예상됐던 삼성전자 및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이르면 다음주 초, 17~18일께로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속한 인사로, 조직 내부의 기강과 안정을 동시에 잡겠다는 분위기다.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첫 해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강력한 성과주의 원칙과 함께 이 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한층 강화되는 방향으로 인사, 조직개편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 등 일명 'ABC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 쇄신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들의 올해 및 내년도 사업보고회를 마치는대로, 속도감있게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인적쇄신 폭이 4대 그룹 중 가장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등의 부회장 승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미국발 관세 폭탄과 철강 업황 불황 직격탄을 맞고 있는 포스코그룹 역시 조직슬림화와 세대교체에 방침을 찍은 지난해 인사(임원 15% 감축, 승진 30% 감소) 수준의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AI 등 산업 대격변에 대응해 성과주의, 신상필벌 원칙 속에 세대교체를 통해 젊고 빠른 조직으로 변모하고자 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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