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재·부품 美 75% 대체 강요..韓 부품 배제되면 소부장 산업 피해
분기별 회의·합의 원칙으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오커스 플러스 준 회원국 지위 획득 필요..오키나와·괌·하와이에 한미 합동 정비소 설치
美 한화 필리조선소 韓 핵잠 건조 가능성도 조선협의그룹 통해 판단  |
|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한미조선해양협력' 세미나에서 천정수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전무,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최지웅 한양대학교 ERICA 한양국방연구원장,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담당 상무, 신영균 JK중공업 신조사업부문 전무(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
[파이낸셜뉴스] 한미(韓美) 조선협의그룹(SCG)이 없으면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에도 K조선이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첨단 조선기술(스마트조선, 디지털 트윈, 블록 모듈화 등)이 오히려 미국에 흡수, 기술 종속돼 지적재산권(IP) 귀속 분쟁까지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기별 회의, 합의 원칙을 가진 'SCG'를 통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필리조선소, 韓 핵잠 건조 가능성도 SCG서 판단가능"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한미조선해양협력' 세미나에서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해군OCS장교중앙회, 한양대학교 ERICA 한양국방연구원이 주관한 자리에서다.
문 교수는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마스가가 진행되면 미국 내 보호 무역법에 의한 불이익은 물론 기술이전 및 지적재산권 리스크, 노동·환경·조달 규제에 따른 간접 통제 리스크가 있다"며 "한미간 조선정책·기술·규제 협의그룹인 이른바 SCG를 제정, 양국 정부인 산업부-상무부간 고위급 정책위원회 및 생산·법제·전략 분과로 이뤄진 실무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내년까지 SCG 출범 및 정책위를 구성하고, 2027년까지 파일럿 합작조선소 설립, 2027년 이후 법제화 및 오커스 플러스 준 회원국 지위 획득까지 연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 아메리칸법에 따라 미 해군·해안경비대·상선 프로젝트에 참여시 핵심 기자재·부품의 75%까지 미국산으로 대체를 강요받을 수 있다. 존스법 수정 없이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해양지원선 등 상업선의 건조·운항이 불가능하다. 한국 조선소가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부분이다. 번스-톨레프슨법 수정 없이는 군함건조·정비도 불가능하다. 단순행정명령으로는 장기간 보장이 안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국산 기자재·소재 사용이 배제돼 한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피해도 예상된다.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에 따른 기술 이전 차단에 대해 그는 방산기술 보호협정(TEA) 병행 체결을 제안했다. 한미 공동소재 인증제를 제도화해 한국산 기자재가 배제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봤다. 현지법 기준으로 중재 절차가 불리한 것도 한미 조선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필리조선소에서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가능성을 한미 SCG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필리조선소에 잠수함 건조시설인 잠수함 건조 동, 핵연료 취급 설비, 원자로 모듈 제작 라인, 방사선 차폐 건조 동, 보안·방호 체계가 전무한 만큼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측에 설명할 수 있어서다. 한국에서 건조할 경우 대외비 사업 해제 후 국책사업단을 구성해 추진하면 5~7년 소요될 것으로 봤다.
문 교수는 "SCG를 통해 오키나와·괌·하와이에 한미 합동 정비소 설치하고, HD현대·한화오션 등의 미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초계함, 연안전투함 등 신조 함정 건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협력인 승조원 교육훈련 지원, 원자로 운용 등을 요청할 수 있다"며 "미 의회의 조선·방산예산 반영 시 한국의 동맹기여를 공식 평가할 수 있다. 향후 한미 안보·경제 파트너십 법안 제안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담당 상무는 "한화오션은 MRO에 특화된 자동화,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 한국 해군과 긴밀한 협의로 중복 투자를 피하고, 기업이 잘하는 것을 통해 좋은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 해군과 함정 MRO 할 수 있고 기술 협업, 실제 함정을 다루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고 우선적인 집중, 지원해 자원 낭비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군수지원함 수용하는 시설이 부족하다. 한화오션은 1척 정도만 MRO로 안벽에서 가능하다. 애초 목표보다 줄어든 수준으로 이런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며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비 물량을 늘려야 한다. 안정적인 물량이 있으면 시설이 부족한 조선소들이 투자할 수 있는 의사결정 방향이 생긴다. 군수지원함에서 전투지원함으로 확대해야 물량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위분담금 상황을 보면 전체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미 함정을 전문적으로 정비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도크 안벽을 만들고 미 함정이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정비 시설을 활성할 수 있다"며 "한국 해군도 함정이 많아져 정비시설이 부족하다 한국 해군 정비시설 부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 조선소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 조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화시설 등을 이용할 것이다. 필리조선소는 옥포조선소의 자동화, 스마트 설비 등을 접목하고 있다"며 "MRO는 미국에 내세울 만한 스마트 자동화 설비가 부족하다. 함정 MRO들을 그동안 중소기업이 하청받아 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정수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전무는 "함정 MRO 수행으로 함정 정비능력으로 미국 함정을 공동 생산해야 한다. 미국 조선시장은 우리가 조선소를 인수하기 보다 미국과 함께 협력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 헌팅턴잉글스 조선소와 협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군수함 10척 공동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이제는 1척 만드는 시대 지났다. 그나라 조선 역량, 함정 역량을 키우는 전략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천 전무는 "미국이 제시하는 법률적 문제에 대해 한국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이지스구축함 연간 7척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로는 1.2척을 건조하는데 불과하다. 한국이 협력하면 5척 이상 건조할 수 있다. 기간, 비용도 줄일 수 있고 똑같은 장비를 탑재한 구축함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균 JK중공업 신조사업부문 전무는 "한미방위조약 수준으로 협약이 체결돼야 기업이 안정적으로 마스가에 나설 수 있다"며 "산업체가 마스가를 끌고 가야하는데 국회, 정부에서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진정성,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MRO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장 건조하기 어려운 이상 현존 전력을 수리해 10~20년 더 쓰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MRO"라며 "한국은 싱가포르, 일본과 MRO를 경쟁하고 있는데 전략적인 협정을 미국과 맺을 때"라고 설명했다.
또 신 전무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이 MRO 입찰에 들어가는 상황으로 수주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크를 비워둘 수는 없다. 물량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SCG에서 논의되는 것을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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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한미조선해양협력' 세미나에서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
■방산 FTA인 한미 RDP-A 체결 안되면 마스가 성공 어렵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마스가 관련 미 군함은 유지·보수·정비(MRO)로, 상선은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이 미 해군 7함대의 MRO를 수주한 것을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마스가가 잘되기 위해 방위산업의 자유무역협정(FTA)격인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이 필수라고 봤다. 이 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국의 함정과 항공기도 '동맹국 생산품(qualifying country products)'으로 인정돼 미 정부 조달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협상은 협상은 2년째 답보상태인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남 교수는 "미국 조선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기자재도 하나하나 외부에서 수입해야 한다. 한국 기자재 업체들을 모두 끌고 들어가서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드렁야 할 수도 있는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관 공정의 산업단지가 필수적인데, 부분 공정 중단에 따른 지체상금으로 조선소 파산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 선박 건조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짚었다.
남 교수는 "존스법을 준수하는 탱커(원유·정제유·화학제품 등 액체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들은 미국 자국내 선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평균 선령은 17년으로, 약 40년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가까운 시일 내 신규 선박 건조 수요는 불확실하다. 향후 10년 내 미 상선 250척을 건조하는 내용이 골자인 '선박법'이 신규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은 있지만 상원과 하원에서 현재까지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의원들이 의회 과반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의 반대가 거세다"고 설명했다.
노동력 확보도 문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8만5000달러로, 인건비가 한국의 약 4배에 달할 수 있어서다.
남 교수는 "한화 필리조선소는 이직률이 높고 근로자의 숙련도 문제도 제기된다. 상당한 보조금, 정부 지원이 없는 한 가까운 시일 내 미국 상선 조선업의 부활은 불확실하다.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미국 조선업은 고비용은 물론 노동 문제도 심각하다. 점점 더 엄격해지는 이민 정책이 이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조선 관련 예산이 증가하면 미국 조선업에 도움은 되겠지만 엄격한 이민 정책, 철강을 포함한 관세는 분명한 장애물이다. 인력·기술·공급망 부족 등으로 경쟁력을 개발하기 위한 장벽이 너무 높다. 미국 상업용 조선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인력 양성 지원이 단기적인 효과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내에서 조선업을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식하고, 젊은 인재들이 유입되도록 하는 사회적, 교육적 시스템의 변화는 기술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미 해군은 첨단 정비 인프라를 가진 국내 조선소의 MRO를 통해 신속하게 정비하고 있다"며 "미국과 MRO 협력은 역내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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