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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관광객이 불닭볶음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
[파이낸셜뉴스] 대미 수출의 새 동력으로 떠올랐던 식품·뷰티·패션업계가 3·4분기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타격이 본격화됐다. 미국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이들 업종은 미국향 주문 지연과 원가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현지 생산·판매 전략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4·4분기 관세 리스크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K뷰티, 영업익 8% 손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관세 영향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주요 식품·뷰티·패션업계의 3·4분기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선전하는 K뷰티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 중 약 8%가 관세로 인한 손실로 추정된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관세를 피하려 미리 물량을 선적한 영향으로 실적 반영이 지연됐지만, 그 물량이 2·4분기까지 소진되면서 3·4분기부터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기업별 사업 구조나 현지 법인, 벤더(협력업체) 보유 여부에 따라 영향의 편차가 크고, 4·4분기에는 그 여파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을 기반으로 한 K뷰티·패션업계는 미국 주요 고객사의 발주가 보수적으로 조정되며 타격을 입었다. 한국콜마의 경우 올해 3·4분기 미국 법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81억원에 그쳤고, 영업적자는 64억원으로 확대됐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관세 우려로 고객사들이 발주 시점을 늦추며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도 관세협상 전 고객사들의 안전재고 확보 움직임으로 일시적인 주문 공백이 발생하는 등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주요 뷰티기업들은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 관세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기업들은 아직 대미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관세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프로모션 정책 조정,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 변화 등 수익성 방어를 위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미국 매출 비중이 약 40%로 비교적 큰 에이피알은 자사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구조 덕분에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향 생산 비중이 높은 ODM·OEM 업체들은 관세 여파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브랜드사들은 직접적인 관세 부담을 지지 않는 대신, 상승분을 ODM·OEM 협력업체에 전가하며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지연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브랜드사의 단가 인하 압박으로 OEM·ODM 업체들이 간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3·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분기 관세 타격 더 세진다
식품 업계도 관세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건강기능식품과 즉석식품 등 가공식품 중심으로 관세율이 높아지며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고, 현지 물류비 상승까지 겹쳐 부담이 커졌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은 지난 8월 미국의 15% 상호관세 부과에 맞춰 월마트 등 유통채널 공급가를 지난달부터 9% 인상했다. 불닭볶음면 가격 인상은 3년 만으로, 월마트 판매가는 6.88달러에서 7.84달러로 약 14% 올랐다.
업계는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자 유럽과 중동 등으로 수출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에 K푸드 공장을 건설 중이며, 농심은 유럽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확대하고, 풀무원은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포스트 미국'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내 생산·유통망을 확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생산기지를 확대 중이며, 오리온은 물류센터 추가 확보를 추진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 관세 여파가 4·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선출고 물량 효과가 소진된 데다 관세 인상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OEM·ODM 업체들의 수익성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완화되지 않는 한 연말까지 비용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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