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적 금융서 전환" 압박
금융지주사 잇단 투자계획 발표
"기업·서민 위한 자본" 기대 속
자금조달 등 놓고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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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정부가 금융권에 소비적 금융으로 손쉽게 돈을 벌지 말고, 생산적 금융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하라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자 주요 금융지주가 600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내놨다.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앞으로 5년간 약 6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건전성 관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함께 주주환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건전성 관리가 숙제로 주어진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투자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약 600조원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투입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9월 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하나금융지주 100조원, NH농협금융지주 108조원,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110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또 iM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가 각각 45조원, 2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놨고,
JB금융지주 역시 조만간 관련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최소 '574조원+α'에 이라는 자금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투입된다.
금융권이 생산적·포용금융에 자금 투입계획을 경쟁적으로 공개하는 배경은 정부의 정책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주택담보대출 같은 소비적 금융으로 금융권이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주가 상승이라는 정책기조 실현을 위해서는 기업으로의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재정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권이 나서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의 경영 승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투입액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정부가 은행권의 지배구조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 기업과 서민을 위한 자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이 아니라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문제"라면서 "대출 상품은 대부분 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투자는 원금 회수도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 대부분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투자인데 금융회사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라는 숙제가 만만치 않다"고 짚었다.
금융지주들은 자금조달과 건전성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남에 따라 짊어져야 하는 자산건전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RWA 증가에 따라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떨어지면 배당이 줄고,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들도 자금조달을 하는 상황에 대미투자 건도 있어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실무진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회사들은 그간 쌓아온 기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산건전성과 자본비율을 균형 있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대 등 생산적 금융에 적극 참여하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리를 강화해 자뵨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자본비율 하락분은 이익 창출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대출의 위험가중치(RW)를 조정키로 했다. 그럼에도 은행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미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연체율은 역대급이다. 올해 9월 말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은 총 18조3490억원으로 2019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다. 고정이하여신은 9조268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조4031억원 불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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