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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회장, ‘글로벌 HD현대’ 새 역사 쓴다

파이낸셜뉴스 2025.10.17 11:38 댓글 0

정기선 <span id='_stock_code_267250' data-stockcode='267250'>HD현대</span> 수석부회장. 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7일 2025년도 HD현대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너 3세 경영체제의 본격화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조직의 혼선을 줄이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단행했다는 평가다.

■ ‘위기 극복’ 앞장, 그룹 ‘사업 재편’ 주도
정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2007년 육군 특공연대 소속 중위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09년 HD현대에 입사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MBA 과정을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2년간 근무했다.

2013년 HD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에 재입사한 정기선 회장은 기획실 상무와 전무,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이 시기 조선업을 강타한 불황의 현장을 직접 마주한 정기선 회장은 체질 개선과 신사업 발굴에 힘쓰며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이는 정기선 회장이 어떠한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신념을 갖는 계기가 됐다.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도 확장됐다. 2021년 HD현대인프라코어(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역시 건설기계 부문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삼겠다는 정기선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조선·건설기계·에너지를 3대 핵심 사업군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2024년 HD현대마린엔진(구 STX중공업) 인수, 2025년 HD현대비나(가칭, 구 두산에너빌리티 베트남) 인수 역시 정기선 회장이 나서 합병 전 과정을 챙기며 이끌었다. 현재 HD현대마린엔진은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HD현대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스가 프로젝트 대응, 방산 사업 확대 및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통합 HD현대중공업과 HD건설기계의 출범을 이끄는 등 정기선 회장은 사업 효율화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그룹 내 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 신사업 발굴 총괄, 그룹 ‘미래비전’ 제시
그는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승부사적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평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설립이 대표적이다. 수년째 계속되는 업황 불황으로 사업 확장은 물론 신규 투자를 생각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정기선 회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16년 건조된 선박의 사후 관리 서비스에 대한 시장 요구가 크다는 점에 착안, HD현대마린솔루션의 출범을 주도한 것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직접 대표이사직을 맡아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데 공들였다.

이후 HD현대마린솔루션은 AM 솔루션 사업을 기반으로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벙커링 등 4개의 핵심 사업군을 갖춘, 선박 전 생애주기에 걸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유일 회사로 성장했다. 설립 당시 2,403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4년 1조 7,455억 원을 기록, 7년 만에 7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2024년 상반기에는 IPO를 통해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HD현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기업 아비커스 역시 정기선 회장이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그룹의 미래를 이끌 기술로 주목해 출범한 회사다. 정기선 회장은 전통적인 선박 건조만으로는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 해양 모빌리티 기반의 신사업 발굴을 추진했다. 아비커스는 전 세계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으로 세계 최초 대형선박의 대양 횡단에 성공했고, 이로부터 두 달 뒤 세계 최초로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 제어를 통해 선박 운항이 가능한 ‘IMO 선박 자율운항 기준’ 2단계 솔루션의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아비커스는 지난해 12월 에이치라인해운과 최대 30척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적용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7월에는 현대글로비스와 자동차운반선 7척에 자율운항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정기선 회장은 조선·건설기계·정유·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들이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도 수소·AI·SMR 등 신사업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지난 4월 HD현대는 수소연료전지 생산을 위한 'HD하이드로젠'을 새로이 설립했다. 이어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 글로벌 리딩기업 ‘컨비온’ 社를 약 7,200만 유로에 인수하며 연료전지 핵심기술 확보 및 유럽 내 거점 구축에 나섰다.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컨비온’은 2012년 설립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및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상업용 SOFC 발전 시스템 기술 및 공급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이어 12월에는 신약 개발을 위한 ‘AMC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그룹 미래비전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은 ‘CES 2023’에서 HD현대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기술력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안전하게 운송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미래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제조업을 넘어 디지털·친환경 기반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지난해 열린 ‘CES 2024’ 행사에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류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제시,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친환경 및 전동화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혁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사업 경쟁력 강화 위한 ‘글로벌 전략’ 주도
정기선 회장은 HD현대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주력인 조선 사업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필리핀·인도·페루 등 해외 생산 야드 확충과 해외법인 설립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해외 야드를 활용, 선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주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HD현대베트남조선이 대표적인 예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대한민국 조선업의 첫 해외 진출 사업장이자 유일한 성공사례로 남아 있다. HD현대는 HD현대베트남조선의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 및 선박 건조 등에 활용하기 위해 필리핀 수빅 야드 일부 부지와 설비도 임차했다. 이어 올해 8월에는 독립형 탱크 제작 기지 및 아시아 지역 내 항만 크레인 사업 거점 확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베트남(두산비나)을 인수했다. HD현대는 이들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 건조 선종을 다양화함으로써 벌크선·탱커 등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일반상선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투자법인도 신설했다. 올해 12월 싱가포르에 설립 예정인 신규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과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해외 조선소 및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생산거점 확대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4월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와 함정 4척을 페루 현지서 공동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는 시마조선소를 중남미 함정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7월에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도 MOU를 체결했다. HD현대는 코친조선소와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및 품질 기술 협력, 교육 훈련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HD현대는 지난 2017년부터 사우디 킹살만 조선산업단지 내에 아람코, 바흐리, 람프렐 등과 합작해 IMI 조선소 및 마킨(Makeen) 엔진공장을 짓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 우뚝
정기선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그룹 내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HD현대를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사우디와의 사업협력에서 강한 리더십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정기선 회장은 상무 시절이던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의 건립을 주도했다. 이 인연은 2019년 아람코의 HD현대오일뱅크 1조4000억원 투자로 이어졌다.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 체결을 이끌고, 지난해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4월에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올해 9월에는 서울에서 사우디 칼리드 알팔리 투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사우디 현지에 건립 중인 합작조선소 및 엔진공장의 성공적인 가동과 조선기자재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월에는 3년 연속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운송 등 다연료 미래의 실현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선박의 건조·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논의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사업협력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은 지난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을 주도하는 한편,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미래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을 이끌었다. 이와 관련 올해 3월과 8월 미국과 한국에서 빌 게이츠 회장을 만나 소형모듈 원자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러지 대표와도 만나 ‘스마트조선소’ 구축 현황을 점검했다. 또한 7월에는 디노 슈에스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대표와 컨테이너 운반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미 조선협력을 위한 사업도 직접 이끌고 있다. 정기선 회장은 올해 5월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만나 구체적인 한·미 간 조선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 방문한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의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력과 경쟁력을 직접 소개하고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8월에는 미국 현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관하에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에 참석하여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직문화 혁신 주도..‘현장 중심·소통 리더십’ 선보여
정기선 회장은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들을 격의 없이 대하고, 사내 행사에도 자주 참여해 소탈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창립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행사에 참석한 정기선 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실시, 임직원 패밀리 카드 제공,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 및 포토 부스 제공 등 다양한 제도와 복지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가운데 정기선 회장의 ‘소통 리더십’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평소에도 워킹맘, MZ세대 신입직원,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직원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기선 회장은 직원들과의 일상적인 스킨십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HD현대는 임직원들의 리프레시와 사기 진작을 위해 ‘특별 패션쇼, 씨네토크 콘서트, 플리마켓’ 등 다양한 사내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데 정기선 회장은 2023년 종무식을 대신해 실시한 임직원 노래 경연대회 ‘보이스인 GRC(Voice in GRC)’ 현장에 직접 참석했다. 앞서 HD현대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본선 진출자 12인의 노래와 심사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는데, 정기선 회장은 본선 진출자들의 춤동작을 따라 하고 노래 솜씨에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중심의 경영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은 지난 2022년 아비커스 사무실에 도넛을 사들고 찾아가기도 했다. 애로 사항을 묻고 기술개발에 대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8월에는 글로벌 정제마진 하락 등 대내외 변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을 찾아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 정기선 회장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실적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2400여명의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들에게 커피차와 도넛을 선물했다. 현장에서 쇄도하는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도 환한 미소로 답하며 흔쾌히 응했다.

이어 9월에도 HD현대마린엔진 창원공장을 방문, HD현대 가족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정기선 회장은 타운홀 미팅을 통해 100여명의 직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며 HD현대의 미래 비전과 계획을 공유하면서 소통을 이어갔다. 올해 9월에는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주요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직접 살피고 사업장 안전관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전팀장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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