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단지 앞 1인 시위..조직원에 얼굴 노출
플랫폼 측 "신변 위험하니 방송 중단" 요청  |
| 캄보디아 현지에서 생방송을 진행한 BJ 영상.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파이낸셜뉴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캄보디아 범죄 단지 중 한 곳인 프놈펜 북쪽 원구단지 인근을 찾아 개인 방송과 1인 시위를 벌인 BJ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BJ A씨가 지난 12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옛
아프리카TV)을 통해 원구단지 앞에서 생방송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A씨는 11일 밤 캄보디아로 긴급 출국해 이튿날 오전 프놈펜에 도착해 호텔에서 짐을 푼 뒤 곧장 원구단지로 이동해 1인 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앞에서 A씨는 "한국인을 석방하라", “좋은 말로 할 때 한국인을 석방하라”, “강제 감금 피해자들을 석방하라”, “한국인만 풀어주면 내가 그냥 돌아갈게”라고 외쳤다.
이어 A씨는 원구단지 곳곳을 살펴보며 “단지 내부가 비어 보인다. 어디로 도망간 것 같다”, “담장 높이는 벽돌로 된 게 2m 정도 되고 그 위에 철책까지 있어 3m쯤 된다”며 단지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비어 보인다'는 A씨의 말과 달리 방송이 계속되자 단지에서는 조직원이 나와 A씨 얼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A씨가 “뭘 찍었냐”고 따졌지만, 조직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경비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위협적인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A씨의 방송은 실시간 시청자 수가 2만명을 넘기도 했다.
숲 측은 A씨가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방송 댓글창에 “신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지인들이 A씨의 사진을 찍어가는 행위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해당 장소 포함해 범죄 단지 인근에서 방송 진행은 중단 부탁드린다”며 방송 종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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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BJ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생방송을 진행하자 플랫폼 관계자가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숲의 요청으로 A씨는 방송을 종료했고 같은 날 오후 7시50분 숲 게시판에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 소식 남긴다. 저는 현재 숙소를 가고 있다. 기사님이 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내려주셔서 방송하는 척하며 가고 있다. 얼굴이 공유될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며 가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정책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는 1부 숲, 2부 유튜브로 (생방송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근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방송을 본 일부 네티즌들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엔 A씨 행동을 지적하거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올라왔다.
"국가도 못하는데 자기가 뭐라고 한국인을 구하겠다는 거냐. 지금 여행주의국가로 지정됐고 금지도 검토한다는데 위법이든, 뭐든 조회수 때문인 거 같다.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좋은 사람"이라거나 "목숨 아까운 줄 모른다", "굳이 정부가 특별여행주의보로 지정한 곳을 가는 이유가 뭐냐", "조회수 때문에 우범지역 가는 방송이 유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밖에도 "그걸 보는 2만명도 문제다", "조회수가 늘어나니까 이런 방송들 만드는 거 아니냐" 등 방송을 본 네티즌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최근 캄보디아에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피해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대학생 B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2023년에는 납치·감금 같은 사건이 21명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221명으로 10배 늘었고 올해 8월 말에 보니 330명으로 15배 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캄보디아 범죄 대응책으로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 경찰 영사 확대 배치, 국제 공조수사 인력 30명 보강 등을 추진 중이라고 했지만, 캄보디아 관계 당국과의 업무협약(MOU) 체결이나 인력 파견 규모 논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코리안 데스크가 단기간에 설치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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