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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KAI 발목 잡는 '정치 프레임'

파이낸셜뉴스 2025.10.08 18:37 댓글 0

김동호 산업부 차장
"특검이 한국항공우주(KAI)를 턴다고 합니다. 아직 본관 진입은 못했고, 무인기 사업팀부터 진입한다고 합니다."

지난 7월 15일 구체적 정황이 담긴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겨냥한 것 같다고 추가 설명했다.

결론은 해프닝이었다. 특검은 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뒤 다시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지라시로 끝났다.

하지만 KAI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올 초 UH/HH-60 '블랙 호크' 헬기 성능개량사업(9613억원)을 시작으로 전자전기 체계 개발사업(1조7775억원)과 해군 표적기 연구개발(R&D) 과제까지 수주전에서 3전 전패를 기록했다.

수주 실패와 압수수색 해프닝은 KAI의 현주소를 뼈저리게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KAI 노조와 업계 일각에서는 '사장 공석'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장이 대관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방산업 특성상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KAI 위기를 사장 공석으로 치부하기엔 사업 수주 실패 시기가 어긋난다. 강구영 전 KAI 사장은 지난 7월 조기 사임했다. 하지만 UH/HH-60 '블랙 호크' 헬기 성능개량사업은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항공이 선정됐다.

이를 두고 KAI 내부 관계자는 "사장이 공석인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전 정권 특혜' 프레임"이라며 "사장이 낙하산으로 오다 보니 새 정권 초기에는 항상 수모를 당해 직원들이 고통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실제 KAI는 지난 2017년 7월 14일과 18일 26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수색 대상도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비롯해 협력기업까지 샅샅이 조사했다. 올해 7월 압수수색 지라시가 떠오른다.

KAI 노조는 현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며 '전문경영인'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직원은 HD현대와 한화 등 구체적 기업명을 거론하며 "차라리 매각됐으면 좋겠다"고 푸념한다.

KAI는 한국형 전투기 해외 수출길을 개척했다. 우주발사체 생산과 인공위성을 만들며 '뉴 스페이스'도 주도하고 있다. 전문 분야인 만큼 전문 엔지니어들이 핵심 자산이다.

문제는 실체 없는 프레임 전쟁이다. 정치인들도 깨기 힘든 틀에 전문 엔지니어들이 휘말리고 있다. K방산은 아직 '신흥 강자'다. 좁은 프레임 전쟁으로 대계를 그르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hoya022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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