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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보상한도 3억' 지급했는데…보험사, 건보에 추가 배상해야 할까[서초카페]

파이낸셜뉴스 2025.10.07 08:59 댓글 0

보상 한도 최대로 보험금 지급
건강보험공단, 보험사 상대 치료비 구상권 청구
엇갈린 하급심 판단…대법은 공단 손 들어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관광객들이 탑승한 버스가 전복되면서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 보험사는 여행자 보험 계약에 따라 보상 한도인 3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별도로 지급한 치료비를 상환하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가 이미 최대 금액을 지급한 상황에도, 공단에 대한 추가 배상 책임이 있을까.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화손해보험(한화손보)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2017년 12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발생한 버스 전복 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사고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부상을 당했는데, 이 중 10명은 현지에서 치료를 받은 뒤 치료비 5370여만원 중 3930여만원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아울러 여행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한 한화손보는 피해자들에게 총 3억원을 지급했다. 해당 계약은 보상한도액 3억원, 자기부담금 200만원으로, 손해액 옆에는 '공단구상금 및 피보험자 변제금액 제외'라는 설명이 기재됐다.

이후 건강보험공단은 한화손보가 공단에서 지급한 치료비를 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가해자인 여행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여행사의 보험자인 한화손보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쟁점은 보험사가 한도액만큼 보험금을 지급한 상황에, 건강보험공단이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지였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건강보험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한화손보는 "보상한도인 3억원을 모두 지급했으므로 면책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보험사가 손해배상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았을 때 이미 보험사에 대해 구상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이를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판단을 달리하며 한화손보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보험사에 대해 보험금 직접 청구액을 보상한도까지 행사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공단의 보험사에 대한 구상권도 소멸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화손보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도액까지 적법하게 보험금을 지급한 만큼 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금 지급 의무는 소멸했다"며 "따라서 공단의 보험사에 대한 구상권도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보험보다 공보험의 권리나 구상권이 우선된다고 보고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공단이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후 가해자 또는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피해자의 과실 등을 고려해 산정된 손해배상 채권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해 대위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공단의 보험급여 이후 가해자 또는 보험자가 손해배상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을 공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는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고 규정한다.

공단의 대위 범위에 대해서도 설시했다.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해 얻는 손해배상 채권은 피해자의 전체 손해배상채권 중 '건강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 채권'으로 한정된다.

대법원은 공단이 대위하는 손해배상 채권에 대해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어 보험급여로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이 전보돼 소멸될 수 있는 경우"라며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책임보험금 중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지 않은 부분은 보험사가 공단에 지급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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