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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뉴스1 |
[파이낸셜뉴스] 경제는 불안하고 일자리는 줄고, 월급은 제자리다.
열정은 식었지만 일은 더 열심히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지금 회사를 버티는 게 그나마 낫기 때문. 요즘 직장인들은 불만이 있어도 이직보다는 인정받는 것을 택하고, 원하는 일이 아니어도 안정성을 좇는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이직 대신 인정 원해
7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전국 19~59세 급여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직장생활 및 이직 의향 조사' 결과 직장인의 달라진 인식이 확인됐다.
우선 현재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보통 수준'이라는 평가가 49.4%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업무 몰입도는 2년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임한다”는 응답은 2023년 75.2%에서 2025년 82.1%로 증가했다. “자신만의 직업적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비율도 72.6%에서 78.9%로 소폭 상승했다.
직장인들이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이직 의향의 감소다.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023년 58.0%에서 2025년 48.1%로 크게 줄었다.
언제든 이직할 준비는 되어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높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망설이는 분위기다.
잦은 이직이 커리어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81.7%에 달했으며, "이직보다 현재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응답은 2023년 58.7%에서 2025년 67.0%로 상승했다.
"당분간은 현재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직장인은 무려 82.6%에 달했다.
이는 불안정한 사회경제 환경과 맞물려 있다. 응답자의 80.8%는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기에는 이직보다 현재 직장에서 자리 잡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직 의향이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현 직장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76.8%, 업계의 일자리 상황 악화로 이직을 보류하고 있다는 응답도 63.1%를 차지했다.
"원하는 일 아니어도 안정적이면 만족"
직장에 대한 기대는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현실적 수용은 높아졌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응답은 70.2%로 나타났다. "원하는 일이 아니어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싶다"는 의견도 83.3%로 조사됐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안정돼도 계속 일할 것 같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고(53.7%), "어떤 일이든 계속 일할 것 같다"는 비율은 67.6%에 달했다.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용에 대한 ‘심리적 안전망’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조기 은퇴를 뜻하는 F.I.R.E족에 대한 관심은 감소했다. 50세 이전 은퇴 의향은 2023년 61.5%에서 2025년 48.5%로 줄었다.
응답자의 34.4%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10억~20억원 이상의 자산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엠브레인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직장생활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원하는 일이 아니어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안정적인 직장이 이들에게 중요한 심리적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글로벌 '잡 허깅' 확산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잡 허깅(Job Hugging) 현상이 글로벌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잡 허깅이란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이더라도 경제적 불확실성과 구직 시장의 악화로 인해 이직을 미루고 현 직장을 붙잡는 행동을 의미한다.
미국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최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거처럼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직장을 자주 옮겼던 직장인들이 불행하더라도 현재 직장을 고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이후 엔데믹 시기에는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잡 호핑을 했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불경기와 채용 감소로 무작정 퇴사하기 어려워지자 직장인들은 최대한 현 직장에 남으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잡 허깅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심리적 안전망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의 현실적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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