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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 경기에서 7대 1로 승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확정된 NC 이호준 감독, 서재응 수석코치 등이 팬과 인사하고 있다.NC다이노스 제공 |
[파이낸셜뉴스] 2025시즌 NC 다이노스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시즌 전 예측표에서 NC의 이름은 대부분 9위 혹은 10위 언저리에 있었다.
‘2약(弱)’으로 묶인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그럴 만도 했다. 지난해 에이스 카일 하트가 팀을 떠났고, 외부 영입은 사실상 전무했다. 전력 강화 요소도 없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이호준 감독은 ‘감독 이력 0회’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다. 전력도, 리더십도 모두 미지수였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날, NC는 5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그것도 9연승이라는 파죽지세로. 이쯤 되면 말 그대로 기적이다. 그런데 이 기적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우연이나 운이라는 단어로 덮기엔 명확한 구조와 흐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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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다이노스 선수들이 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SSG랜더스에게 7-1로 승리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뉴시스 |
3월 29일 LG와의 경기 중 NC파크에서 벌어진 경기장 시설물 추락 사고는 구단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 야구 팬이 목숨을 잃었고, NC는 약 두 달 동안 창원을 떠나 원정만 치러야 했다. 그 와중에 연고지 이전설까지 겹치며 팀 분위기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수단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호준 감독은 이 시기를 조직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았다. 감정적 대응 없이, 차분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도력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NC의 가장 큰 약점은 단연 선발진이었다. 퀄리티스타트는 시즌 전체 38회로 10개 구단 중 꼴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한 선수는 라일리 톰슨, 로건 앨런, 신민혁 정도였고, 나머지는 김녹원, 목지훈 등 경험 적은 신예들이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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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맷 데이비슨 타격.NC다이노스 제공 |
그러나 NC는 약점을 숨기지 않았다. 대신 아예 '벌떼 마운드'로 방향을 틀었다. 홀드 103개는 리그 1위. 류진욱은 29세이브로 확실한 마무리 자리를 잡았다. 5~6이닝만 버티면, 그 뒤는 확실하게 끊겠다는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전략적 투수 운용이 약점을 상쇄했다.
공격에서도 깜짝 성장은 있었다. 2024시즌 홈런왕 맷 데이비슨은 7월 늑골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그 외의 시간 동안 36홈런을 쏘아 올리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그가 3번에 서 있을 때, NC 타선은 확실히 달랐다.
가장 인상적인 이름은 김주원이었다. 타율 0.252 → 0.290, 홈런 9개 → 15개. 단순히 성적이 좋아졌다는 수준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에서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 유격수'로 진화한 시즌이었다. 한 팀의 내야가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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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선수단의 경기장 입장 모습.NC다이노스 제공 |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한 마지막 9경기. NC는 무려 7경기에서 선취점을 뽑았다.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있었다. 9월에는 박민우와 류진욱 등 주축 선수들이 빠졌지만, 이우성·김휘집 등 백업과 2군에서 올라온 자원들이 공백을 메웠다.
득점권 타율 0.282는 리그 2위. 적어도 찬스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공격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대체 선수들이 한 시즌 동안 준비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지표였다.
이제 NC는 6일 정규시즌 4위 삼성 라이온즈와 와일드카드 1차전을 치른다. 단판 혹은 이틀짜리 승부에서 선발 자원이 얇은 NC로선 확실히 불리하다. 라일리는 4일 등판했기에 6일엔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예상밖의 반전'은 이미 이 팀의 상징이 됐다. 시즌 내내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 속에서 살아남은 NC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다. 기적은 우연이 아닌 준비된 자들의 축적된 결과임을 증명하며, 그들은 또 하나의 반전을 꿈꾸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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