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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인도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9월 1일~10월 1일) 인도 관련 펀드 40개에서 325억원의 설정액이 감소했다. 기간을 3개월로 확대하면 1207억원, 6개월로는 1681억원의 설정액이 줄었다.
투자자들이 인도 증시에서 발을 뺀 가장 큰 이유는 부진한 증시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1일 기준) 인도의 대표 지수인 센섹스 지수는 3% 넘게 하락했으며, 니프티50 지수 역시 약 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12.51%)와 나스닥 지수(12.63%)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부진한 수치다.
관세 리스크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7월 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추가로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도합 50%에 달하는 관세 부담이 현실화됐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0배 인상한다고 발표한 점도 충격을 더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다. 인도는 매년 발급되는 H-1B 비자의 70~75%를 차지하고 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H-1B 비자 수수료 인상 소식 이후 인도 IT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며 "인도 정부가 수수료 인상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최근 완화되던 양국 관계에 다시금 긴장감이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4·4분기 인도 증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인도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민간 소비 활성화가 인도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10월에서 12월은 인도 민간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성이 관찰된다”며 "특히 금년 연말 소비시즌은
GST 2.0 도입으로 인해 소비 부양 효과가 가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 연구원은 "현재 인도 증시 이익 모멘텀은 바닥 국면에 진입했으며,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이익수정 비율 등 선행 지표는 상방을 가리키고 있다”며 "미국의 H-1B 발급 수수료 대폭 상향 등 변수는 있지만, 그간 하락 추세를 지속하던 인도의 이익 모멘텀이 바닥권을 다지고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하를 재개한 만큼 점차 외국인 수급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근아 연구원은 "대미 관세 충격과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주식시장에서만 약 70억 달러가 순유출됐다"며 "다만, 글로벌 유동성 개선과 정책·내수 기반이 결합되면서 인도 증시는 점진적으로 투자 매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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