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
마지막날 7언더로 최종 259타
시즌 2승…최다 타수差 타이틀도
이예원 제치고 상금 랭킹 1위
유현조는 20언더파로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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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민 뉴시스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올 시즌 내내 '대세'로 불리던 이예원의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고 치열한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이름은 홍정민. 그는 12년 묵은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우며 한국 여자 골프의 새로운 대세로 부상했다.
홍정민은 17일 경기도 포천 몽베르 컨트리클럽(파72)에서 펼쳐진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기록, 최종합계 29언더파 259타로 압도적인 우승을 거머쥐었다. 종전 KLPGA투어 72홀 최소타 기록은 2013년과 2020년, 2024년에 김하늘, 유해란, 이정민이 각각 써낸 23언더파 265타였다. 그동안 KLPGA투어에서는 13명의 '노보기 우승자'가 탄생했지만 72홀 경기에서 나온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런데 홍정민은 72홀에서 종전 최다 언더파 기록(23언더파)을 무려 6타나 넘어섰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렸다.
이번 대회에서 홍정민은 초반부터 기세를 틀어 쥐었다. 3라운드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22개를 쏟아내며 6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다. 마지막 날 역시 시작부터 매서웠다. 4번 홀까지 3타를 줄이며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5번 홀(파4)에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했으나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7번, 9번, 10번 홀에서 차례로 버디를 낚아내며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13번 홀 버디로 격차는 7타까지 벌어졌다.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우승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기념비적 순간을 자축했다. 그의 최종 성적은 29언더파. 기록과 내용,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우승이었다.
홍정민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록 경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깜짝 스타가 아니다. 이미 국내 개막전인
두산 위브 챔피언십에서 이예원과 1타차 치열한 혈투로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시즌 16개 대회 중 절반인 8개에서 톱 10에 오를 만큼 꾸준함을 보여왔다. 이미 지난 5월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승을 올린 데 이어 3개월 만에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보태 상금 랭킹 1위(8억90892만원)로 올라섰다. 올 시즌 내내 선두를 지켜온 이예원을 제치고 정상에 선 것이다.
대상 포인트 순위도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라 개인 타이틀 경쟁 구도 역시 새롭게 짜였다. 이제 시즌 막바지로 치닫는 KLPGA 대상의 향배는 완전히 안갯속이다.
홍정민은 이번 우승으로 2000년대 이후 KLPGA투어 최다 타수 차 우승 타이 기록도 함께 세웠다. 김효주(2012년), 이승현(2017년), 마다솜(2024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무려 8타차 우승. 그것도 신기록을 동반한 승리였다. 우승 과정에서 31개의 버디를 낚았고, 단 두 개의 보기에 그쳤다.
상금왕 구도는 이제 홍정민과 이예원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무엇보다 KLPGA 신기록을 세운 선수라는 점에서 이예원의 초반 3승을 넘어서는 강력한 임팩트가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우승은 일찌감치 정해졌지만, 2위 경쟁은 치열했다. 유현조가 20언더파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꾸준함을 입증했다. 유현조는 올 시즌 17개 대회에서 한 차례도 컷 탈락이 없고, 11번이나 톱 10에 오르는 안정감을 보여줬다. 김민솔, 김민선, 노승희가 공동 3위(19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반면, 올 시즌 초반 3승을 기록했던 이예원은 공동 17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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