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3배 ETF' 몰린 서학개미… 전문가 "방망이 짧게 잡아야"

파이낸셜뉴스 2022.08.14 18:08 댓글 0

순매수 상위 2~4위까지 싹쓸이
단숨에 높은 수익률 올려 매력적
개별 주식 추종 상품 출시도 활발
투자기간 길수록 수익률 떨어져
횡보장 가능성 높을 땐 신중해야


# 30대 직장인 김동찬(가명)씨는 최근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를 전량 매도했다. 김씨는 "올들어 부진한 증시 흐름에 주식계좌가 계속 마이너스 수익률이었다"며 "안 될 것 같아 지난 6월 시장이 출렁일 때 3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했는데 한 달치 월급을 벌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을 틈타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불개미들이 해외 3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몰려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주식보다 단숨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에 투자수요가 몰리자 개별 주식을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까지 대거 출시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해 횡보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과도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12일 기준)간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2~4위를 싹쓸이했다.

순매수 2위를 차지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는 나스닥지수가 하락할 때 3배의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은 8587만달러에 이른다.

3위에 오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는 반도체시장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ICE 반도체지수 움직임의 3배를 추종한다. 순매수 금액은 4087만달러다.

4위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이상 국채 불 3X ETF(TMF)'는 미국 장기국채의 하루 가격 움직임에 3배 베팅하는 상품이다. 순매수 금액은 3801만달러 규모다.

올들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투자기회로 삼고자 개인투자자들이 3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베타가 커지기 때문에 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뿐 만이 아니다.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레버리지 ETF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모두 720억달러로 전월 대비 약 8% 늘었다. 특히 'SQQQ'는 7월 한때 하루 평균 4억6000만달러의 투자자금이 몰려 주목을 받았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개별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대거 출시했다.

디렉시온은 지난 9일 애플과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 AAPD·TSLS과 애플·테슬라 주가가 오르면 각각 1.5배의 수익률을 내는 레버리지 ETF AAPU·TSLL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같은 날 그래니트셰어즈는 테슬라 주가가 내리면 이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 'TSLI'와 테슬라·애플·코인베이스의 주가 상승시 각각 1.25배, 1.5배, 1.75배의 수익률을 얻는 레버리지 상품 TSL·AAPD·CONL을 상장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횡보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손실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나스닥지수가 100에서 90으로 하락한 뒤 이튿날 100으로 다시 상승하면 지수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나스닥지수 하락에 3배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달라진다. 첫날 100에서 90으로 10% 하락했을 때 30% 수익률을 거둬 130이 됐지만 다음날 100으로 10% 상승하면 30% 하락해 91이 된다. 처음 투자할 때보다 9%의 손해를 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일수록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설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한 주요 인버스 ETF들의 상장 이후 투자기간에 따른 수익률이 가장 높을 때는 해당 상품을 하루만 보유했을 때"라며 "투자기간이 늘어날수록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은 낮아지고 수익률도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분석기간을 전미경제연구소가 정의한 경기 침체기로 한정해도 투자기간이 40영업일이 넘어가면 나스닥지수와 미국 반도체 인버스 ETF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은 0%에 근접한다고 설 연구원은 설명했다.

전미경제연구소에서 정의한 경기 침체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의 코로나19 충격이 유일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