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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증시뉴스

동맹도 적도 없는 트럼프 무역전쟁, 새 무기는 '환율'(종합)

아시아경제 2019.12.03 11:16 댓글0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김은별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우르르 쏟아진 미국발 관세 폭탄은 적과 동맹을 가리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방위 무역 전쟁을 예고한 경고장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그간 국제무대 석상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하며 지지 기반을 굳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을 타깃으로 현 탄핵 정국을 헤쳐나가겠다는 속내를 고스란히 내비쳤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이달 중 합의로 봉합된다 하더라도 트럼프발 무역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NATO 회의 앞두고 EU 압박…보복 관세 예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프랑스를 겨냥한 미국의 보복 관세 발표는 2일(현지시간) 저녁 트럼프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이뤄졌다. 한때 끈끈한 '브로맨스'로 주목받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남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프랑스의 디지털세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결론 내리고 보복을 위한 절차에 공식적으로 착수했다. USTR는 프랑스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외에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터키를 대상으로 동일 조사에 착수할지를 살피고 있다면서 EU에 대한 압박 공세를 한층 높였다. 이들 국가는 모두 3일부터 진행되는 NATO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간 대면이 예정돼 있다.


같은 날 USTR는 에어버스 불법 보조금과 관련해 조만간 EU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확정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EU는 지난 10월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 권리를 인정하자 즉각 이의를 제기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어버스 불법 보조금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와 함께 대서양 무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이슈로 손꼽힌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의 전선을 중국 이상으로 확대하고 관세를 보복 무기로 삼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전날 공식 출범한 새 EU 집행위원회를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선 잡기 시도로도 읽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에 이어 EU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술 대기업의 독점 행위를 노골적으로 저격해온 인사들을 최전방에 세운 상태다.


◆남미엔 '환율 개입' 거론하며 관세 폭탄=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무역 전쟁 타깃이 된 지역은 EU만이 아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예상치 못한 관세 폭탄을 맞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지역에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활을 선언하며 직접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환율시장 개입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 농부들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표심을 잡겠다는 목적도 노골화했다. WP는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날 깜짝 발표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보다 동맹, 친구들을 더 공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그간 미국의 환율조작국,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율 개입'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억지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 이후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줄이는 대신 브라질, 아르헨티나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데 대한 불만이 컸다면서 "반사이익을 얻어온 두 나라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 정책, 무역 전쟁의 새 무기 되나= 브라질ㆍ아르헨티나에 대한 관세 보복을 기점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전쟁의 중심을 환율로 옮길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블룸버그통신은 "관세 부과를 환율과 연결한 첫 사례"라며 통화 정책을 무기화한 시대가 개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홍콩 사태로 중국과의 무역합의조차 불투명해진 상태에서 새 관세조치가 추가되며 글로벌 무역의 변동성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12월15일이라는 데드라인이 있다"며 이 시점까지 미·중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초 예고된 대(對)중국 관세를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 부과만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약 4200억달러(약498조7000억원)로 2017년(3700억달러) 대비 오히려 늘었다. 대EU 무역적자 역시 직전 해 대비 100억달러 이상 증가한 1600억달러대로 집계됐다.


WP는 "새 관세 폭탄은 아시아, EU 국가들과 진행 중인 회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며 "곧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게 될 NATO 28개국 지도자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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