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1대 들어가는 광물, 내연기관차 6배 달해- 호주·인니 등 광물 생산하고자 건설기계 수입 늘려- HD현대건설기계 등, 中 시장 부진에도 실적 개선[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전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이 건설기계 시장의 호조를 불러오고 있다.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6배가량 많은 광물을 사용하면서 채굴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건설기계 업계도 기존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부진을 겪으면서도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 1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광물은 △흑연(66.3㎏) △구리(53.2㎏) △니켈(39.9㎏) △망간(24.5㎏) △코발트(13.3㎏) △리튬(8.9㎏) △기타(0.91㎏) 등 약 207킬로그램(㎏)에 달한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차 1대에 쓰이는 약 34㎏(구리 22.3㎏·망간 11.2㎏·기타 0.4㎏)의 광물보다 6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 HD현대건설기계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산에서 수주한 50톤급 굴착기(HX500LT3) (사진=HD현대건설기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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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제작 과정에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광물을 많이 사용하는 데엔 전기차의 주요 동력원인 배터리(이차전지)와 관련이 있다. 전기차에 주로 적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선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 많은 양의 광물이 쓰인다. 지난해 전 세계 리튬 수요의 약 60%, 니켈 수요의 약 10%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됐을 정도다.
각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 등으로 글로벌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자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수요는 550기가와트시(GWh)로 2021년 330GWh에서 65%나 증가했다. 이 같은 배터리 수요 확대는 광물 채굴 수요를 늘렸고, 이는 광물 채굴하는 건설장비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즉, 광물이 매장된 국가들은 배터리에 쓰일 광물을 생산하기 위해 굴착기 등 건설기계를 수입을 늘리고 있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주·인도네시아 등 대표적인 자원 수출국들의 굴착기 수입액은 리튬·니켈과 같은 배터리 원료들의 수출·생산량과 유사한 흐름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채굴 수요 발생에 따라 추가 기계 도입 필요성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친환경 정책 추진에 팔을 걷고 나선 데다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채굴 수요는 장기적으로 탄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직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이 15%에 불과해 앞으로 광물 수요는 점차 늘어나리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단기적인 채굴 수요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채굴 장비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신흥국 지역에서의 광산 채굴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국내 건설기계 업계도 올해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건설기계(267270)는 최근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산 등에 투입될 굴착기·휠로더 등 73대를 계약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전망한 HD현대건설기계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추정 평균치)는 전년 동기보다 79.4% 증가한 3060억원으로 집계됐다.
배 연구원은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광산 수요가 이어지며 직수출 부문에서 중남미(자원국) 지역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채굴 현장에선 판가나 수익성이 높은 대형 모델이 사용되기 때문에 자원국 매출 상승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