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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르쌍쉐'… 생산 급감·신차 부재·자금난에 생존 기로 [위기의 자동차 3社]

파이낸셜뉴스 2021.03.07 18:21 댓글0

파업→생산급감→고용감소 반복
경쟁력 악화에 생산량 13~30%↓
GM·르노, 10년새 7000명 짐 싸
쌍용차, 자금난에 신차투입 지연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3사가 생산 급감, 신차 부재, 자금난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연례행사처럼 노조의 파업이 반복되면서 모회사에서 신차를 배정받지 못해 생산량이 해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생산량이 줄면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협력업체의 생존마저 위협하게 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쌍용차는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서 자금난으로 신차 투입이 지연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GM·르노, 10년간 7000여명 짐싸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의 합산 직원 수는 현재 1만5000여명 수준으로 2011년과 비교하면 7000여명이 급감했다. 10년 만에 수천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르노삼성의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13.4%, 30.5% 줄었고, 같은 기간 쌍용차도 19.7%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생산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 약화다. 2015년과 비교하면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생산량이 각각 44.1%, 42.3% 급감했고, 쌍용차도 26.6%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주류가 될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부품이 적어 일부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생산량과 인력이 계속 줄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조는 파업 카드를 계속 꺼내들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누적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계속된 파업으로 한국GM은 2만5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입었고, 미국 본사에선 다시 '철수' 경고까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GM의 전 세계 사업장 중 파업을 진행한 곳은 한국GM이 유일했다.

■노조파업에 CEO 사법리스크까지

한국GM은 직고용 등 사법·노동 리스크도 가중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불법 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출국금지 상태다. 이로 인해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8년 폐쇄된 군산공장 도급직원 148명을 포함한 1700여명의 직원을 직고용하라고 명령했고, 아직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GM은 1~2심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1700여명은 현재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을 제외한 생산법인 직원 수가 89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 직원의 19%에 달하는데 이를 일시에 신규 고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과도한 고정비 지출로 2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모두 소진했다. 이로 인해 르노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지난달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앞서 그는 부산공장 생산비용이 스페인 공장의 두 배에 달한다며 '서바이벌 플랜'(생존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용절감 등을 골자로 한 경쟁력 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XM3 유럽 수출물량을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구조조정에 반발해 파업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 짓지 못한 상태다.

■신차·전기차 없으면 미래도 없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전기차 일감을 한국 공장에 배정하는 것에 대해 모회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기차를 생산하지 못하면 수출 물량까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의 모회사인 GM은 2035년부터 전기차만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R&D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전기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공장에는 생산 일감을 배정하지 않았다. 2018년 GM과 산업은행이 협의를 통해 현재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고 있고, 2023년 창원공장에서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도 양산할 예정이지만 모두 내연기관차다.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일감은 아직 따내지 못한 상황이다.

르노삼성도 위탁생산 중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제외하면 전기차를 한 대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쌍용차는 코란도 기반의 전기차 E100(프로젝트명) 생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매각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쌍용차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을 골자로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와의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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