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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게임법안과 월드컵의 상관 관계

파이낸셜뉴스 2022.12.10 16:12 댓글0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12월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린다. 이번 법안소위는 여느 때보다 게이머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러 게임관련 법안들이 대거 심사목록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게이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건도 아니고 다섯 건이나 심사 대상에 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사실, 이 글을 통해 9일 소위의 심사과정을 소개하고 싶었다. 어떤 논의가 오갔고 그래서 통과 또는 계류가 됐다는 설명을 자세히 전하려 했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글을 쓰고 있는 8일 현재, 9일 예정된 소위에서 게임 법안들을 심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검토할 시간이 모자른다.

우리나라가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한 다음날이었다. 상임위 간사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래 7일로 예정되어 있던 법안소위가 9일로 연기될 전망이라는 설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7일에 한국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격려차 카타르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질문한 사람도, 설명하는 간사실도 어이가 없어 웃어버렸다.
법안소위는 개정안 발의부터 통과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문 중 가장 중요하고 통과하기 어려운 단계로 꼽힌다. 먼저 국회 전문위원으로부터 검토의견을 청취한 뒤 차관으로부터 정부의 입장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소위 위원 간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정부측 입장을 설명하는 차관의 설득력이 법안 통과의 성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중차대한 업무를 차관이 방기한다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심지어 스포츠는 1차관이 소관하는 분야도 아니다. 2차관 소관의 영역이다. 애초에 문화·예술·컨텐츠를 담당하는 1차관이 애써 가야만 할 곳이 아니란 말이다. 문체부의 설명도 이해가지 않았다. 본래 선수단 격려 차원에서 국무총리가 가려 했으나 일정이 여의치 않아 1차관이 대신 간다고 말했다. 소관 분야도 아닌데 굳이 총리를 대신해서 법안소위를 불참하면서까지 그곳에 가야만 했을까.
결국 문화예술법안소위는 1차관의 귀국 일정에 맞춰 9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리는 것으로 연기됐다. 문제는 같은 날 오후 2시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 일정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쟁점이 있거나 주목도가 높은 법안일 경우 한 건을 심사하는데도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곳이 소위다. 이런 상황에서 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수십 건의 법안이 심사될지 의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게임 관련 개정안 검토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심사를 끝낼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개정안이 다섯 건이나 된다. 이를 병합하여 하나의 대안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심지어 이 개정안들에 대한 게임업계와 게이머 사이의 입장차까지 크다. 검토가 길어질 것이다. 게다가 확률형 아이템 개정안을 제하고도 여섯 건의 게임법안들이 남아있다.
제1차관,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분이다. 소탈하고, 보좌진들과도 격없이 소통하시곤 했다. 그리고 우리 의원실은 야당이지만 문체부의 좋은 게임정책들을 대상으로는 지원사격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거니 생각하고 싶지만, 이번만큼은 이해가지 않는다. 실책이 반복될수록 게이머의 눈은 싸늘해진다. 이번 정부도 게임에 무관심하다는 냉소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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