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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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란티어 주가가 4일(현지시간) 깜짝 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폭락하며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을 함께 끌어내렸다. 로이터 연합 |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4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다시 불을 질렀다.
버리의 투자 회사 사이언 자산운용은 공시에서 팔란티어 500만주, 엔비디아 100만주 규모의 풋옵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풋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하락하면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정확하게 예측해 돈방석에 앉고 금융시장의 큰 손이 된 버리는 지금의 AI 관련주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 충격에 이날 AI 종목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팔란티어는 전날 장 마감 뒤 기대 이상의 분기 실적과 탄탄한 실적 전망을 내놨지만 버리의 풋옵션 공시 충격 속에 이날 장중 10% 넘게 폭락했다.
오는 19일 장이 끝난 뒤 분기 실적을 공개할 엔비디아 역시 장중 3% 넘게 급락했다.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모두 하루 전만 해도 사상 최고 주가를 찍은 상태였다.
버리는 최근 AI 거품론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후반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때때로 우리는 거품에 직면하고, 가끔은 이에 관해 뭔가 할 일이 있기도 하다”면서 “어떤 때는 유일한 승리의 행동이 그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거품이고, 이 AI 흐름에 참여하기보다 멀리하는 것이 지금은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이언은 올 1분기에도 엔비디아에 대한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때와 이번이 다른 점은 단서 조항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 버리의 사이언은 엔비디아 풋옵션 보유가 자사의 매수 포지션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의 기능도 갖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이번에는 이 조항을 삭제했다. AI 핵심 종목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이 순수한 “주가 하락 베팅”임을 선언한 것이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이 풋옵션이 사실상 AI의 핵심인 반도체와 자사 플랫폼 온톨로지 평가 하락 베팅이라면서 “미친 짓’이라고 분노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한편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팔란티어가 탄탄한 분기 실적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락한 것은 이제 정점을 찍고 하강할 일만 남았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60% 넘게 폭증하고,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미국 상업부문 성장세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팔란티어가 “더없이 좋은(As good as it gets)” 성적을 거둔 터라 이것이 정점일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M7 빅테크 가운데 AI 경쟁력이 가장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애플만 상승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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