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일 1조1807억원이나 늘어
‘빚투’가 레버리지란 당국자 발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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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상승 개장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78.05포인트(1.92%)상승한 4,151.29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뉴스1 |
은행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1주일 만에 1조1807억원이나 늘어났다. 개인 주식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가한 탓이다. 단 1주일 증가 폭으로만 봐도 월 기준으로 4년4개월 만에 최대 규모라고 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신용대출이 최근 급증한 데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를 두고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자가 빚을 내서 하는 무리한 투자를 권유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주식 열풍이 국민들 사이에 불고 있다. 이런 대세 상승기에는 이익을 내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들까지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투기와 같은 투자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주식을 포함한 금융투자는 신중하고 건전한 방식이라면 재테크 수단으로서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지수가 급등한 현재 시점에서 금융당국 관계자가 투자를 권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도 빚을 내서 투자하라고 했으니 국회에 나가 사과하긴 했지만, 공직자의 언행으로서는 매우 적절치 못했다.
그 결과가 신용대출 급증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마도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주식에 투자했을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4200을 돌파한 뒤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재 상황은 특히 개인 투자자로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시기다. 섣불리 매수했다가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 구간인 것이다.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금융투자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철저한 분석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묻지마' 투자자가 많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주가의 흐름을 잘 읽지 못하고 무작정 종목을 선택하고 투자를 할 개연성이 높다. 만약 권 부위원장의 말을 듣고 주식을 사들였다가 손실을 본 경우 누가 책임지나.
공직자의 언행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듯이 조심스러워야 한다. 특히 금융정책을 입안하는 공직자라면 말 한마디 한마디를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자신은 가볍게 했을지 모르나 시장과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집값 급등과 더불어 가계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빚은 기업이나 가계 운영에 득이 되겠지만, 과도한 가계부채는 가계는 물론 국가에도 부담이 된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이제 저평가 수준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이미 수익을 챙기고 떠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판 주식을 개인이 매수하고 있다. 더 오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지막 상승장의 '폭탄 돌리기'에 개인이 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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