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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제동 걸리나… 대법관 "관세는 의회 권한"

파이낸셜뉴스 2025.11.06 18:29 댓글0

대법 심리서 대통령 권한 남용 검증
美정부 "안보 차원 규제 수단" 항변
보수 대법관들도 정부 논리에 냉담
트럼프 관세 분수령… 내년 초 판결
위법 판단땐 수천억달러 환급 위기


지난 4월 2일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시행 중인 상호관세 조치가 위헌 소송의 도마에 올랐다.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첫 공개 심리에서 행정부의 관세 권한남용 여부를 집중 검증했다.

보수·진보를 막론한 대법관들이 법정에서 "관세는 세입권을 가진 의회의 권한"이라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기류가 감돌았다. 트럼프 측은 관세는 증세가 아닌 국가안보 목적의 규제로 본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조세정책에 가깝다"는 반박을 뒤집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관세는 세금이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이용해 외국과의 교역에 일괄 관세를 부과한 것이 헌법상 권한을 넘어선 행정 조치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불공정 무역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주요 교역국에 기본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브라질·인도에는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했다. 또 캐나다·멕시코·중국에는 펜타닐 밀수 단속 미흡을 이유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미국 산업계와 수입업체들은 "대통령이 의회의 세입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심리에서는 진보계뿐 아니라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도 정부 측 논리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트럼프 측 법률대리인 존 사우어 법무차관에게 "관세가 세금이 아니라는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며 "관세는 미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사례는 트럼프 이전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 닐 고서치 대법관은 "의회 승인 없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세를 부과한 것은 전례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이용해 의회의 시정을 막는다면 권력이 행정부로 '일방 이동하는 래칫'(one-way ratchet) 현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래칫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톱니 장치로 한 번 넘어간 권력을 되돌릴 수 없음을 뜻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브렛 캐버노, 새뮤얼 얼리토 등 다른 보수계 판사들도 "관세는 결국 국민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며 이는 역사적으로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하급심 법원들도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트럼프 "세수 목적 아냐"

트럼프 행정부는 IEEPA 조항이 외국의 상행위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근거로 "관세는 세수를 늘리기 위한 세금이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규제 수단"이라고 맞섰다. 사우어 차관은 "세수 증가는 단지 부수적 결과일 뿐"이라며 "관세는 외교적 지렛대 역할을 하는 도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정 현황은 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싱크탱크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지속될 경우 2035년까지 약 3조달러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실제로 2025회계연도 하반기 기준 미국의 관세 수입은 151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0% 가까이 폭증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법원이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환급해야 할 금액이 75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법원 구두변론을 방청한 뒤 "변론이 매우 잘 진행됐고, 정부의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하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판사들이 행정부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법정 분위기를 '냉담'하다고 전했다. CNBC는 "대법원 다수는 트럼프의 공격적 관세 부과가 IEEPA가 허용하는 '규제 권한'을 넘어선 세입 행위라는 인식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판결 따라 무역 질서 '지각변동'

미국 무역정책의 헌법적 경계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되는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은 이날 심리만 진행하고 결론은 유보했다. 판결은 내년 상반기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판결이 행정부 손을 들어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외교·안보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넓히게 된다. 반면 위헌 판단이 내려지면 트럼프의 핵심 통상정책이 법적 제약을 받게 되고, 이미 징수된 관세 수천억달러를 환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IEEPA 관세가 국가 재정의 핵심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관세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관행이 굳어질 경우 의회 권한이 약화되고 무역 질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뿐 아니라 미국의 권력분립 원칙, 나아가 글로벌 무역 질서까지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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