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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암호화폐 이용해 24조원 규모 돈세탁 정황

파이낸셜뉴스 2025.11.05 09:30 댓글0

투명성기구 "국제 제재 회피해 외화벌이…최근엔 달러 기반 코인 활용"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P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암호화폐를 악용한 수십조원대의 돈세탁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 제재를 피해 나갔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국제투명성기구 베네수엘라 지부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암호화폐 생태계를 △부패 △정치적 통제 △국제 제재 회피 수단으로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정부에서 주도해 발행한 가상화폐인 '페트로(Petro)'를 국영 석유회사(PDVSA)의 석유 판매 및 유통 위장 수단으로 이용했다.

마두로 정부는 원유를 담보로 판매한 페트로를 '디지털 주권'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암호화폐자산감독청(Sunacrip)' 같은 별도의 부처까지 둘 정도로 의욕적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실제 페트로 출시 당시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정부가 페트로의 미국 내 거래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마두로의 최측근이었던 타레크 엘 아이사미 전 석유부 장관이 횡령 수단으로 쓰는 등 논란 속에 현재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국제투명성기구는 페트로에 대해 "경제 현대화를 위한 주권형 암호화폐로 소개됐지만, 페트로는 결코 탈중앙화되거나 투명한 암호화폐가 아니었다"면서 "행정부가 통제하는 토큰으로, 불투명한 거래와 공금 빼돌리기 등에 악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트로 붕괴 이후 2024년께부터 베네수엘라 정부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유에스디코인(USDC) 및 테더(USDT)로 눈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민간 기업에 공식 라이선스를 부여한 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자금 출처 통제 없이 대규모 매매를 수행함으로써 환율 차익을 노린 거래와 잠재적 자금 세탁을 용이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규모를 169억5000만달러(약 24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서방의 경제 봉쇄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석유 대금을 암호화폐로 징수했는데, 이 대금이 돈세탁 과정을 거쳐 증발했다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부패가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용인한 일종의 경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정부는 환율 시장 유지와 외화 부족분 보충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장려했고, 관련 민간 금융기관은 투명성 없이 중개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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