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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영향으로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농축수산물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달 중순 이후의 고온으로 여름 배추의 생육이 부진할 우려가 있다고 이달 초 전망했다. 2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배추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면서 급식 및 식자재 기업들의 원재료 공급선 다변화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홍수, 폭염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널뛰는 농산물 가격에 맞서 자체 비축 물량을 늘리고, 주요 수입 원재료도 다국적 전략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식자재·급식 업체 기후플레이션 비상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이상 기후로 일부 잎채소와 신선식품의 경매가가 지난해와 비교해 최대 150% 이상 올랐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일부 잎채소와 신선식품의 경매가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며 "7월 하순 기준 청피망 154%, 잎채소인 근대는 92%, 수박 71%, 시금치 52%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배추·양배추·상추·시금치와 같은 '잎채소'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고, 수확기간이 짧아 폭염, 홍수 등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또 수박과 같은 과일류와 수산물 등도 기상 이변에 따라 성장과 생육에 영향을 받아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이다. 배추의 경우 수확에 3~4개월, 1년에 4번 출하되는데 생육 당시 기온이 수확량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배추 같은 잎채소는 폭염, 홍수 등 기후 영향이 시차를 두고 수확하는 1~2개월 뒤 나타난다"며 "당장 폭염이 우려되면 조기 출하할 수 있지만, 자랄 때 폭염이 닥치면 공급(가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등 급식 및 식자제 업체들은 이를 막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배추, 열무, 양념채소 등 대표 품목을 사전에 구매해 비축한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배추 등 일부 품목을 비축하지만 주식 가격처럼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며 "정부가 비축 물량을 시장에 풀기도 하고, 중소형 유통사, 경매시장 공급량 등에 따라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수입산 식자재도 불안, 대체재 확보
식자재업계는 글로벌 이상기온으로 해외 식자재의 공급 및 가격 변동성이 커 공급처 다변화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 급식 등에 사용되는 페루산 대왕오징어의 경우 기후 변화에 따라 칠레산 대왕오징어 수입을 병행하는 식이다.
또, 올리브유, 파인애플캔, 바나나, 고등어 같은 품목도 대표 수입국의 수급 상황과 기후 변화에 따라 공급처를 다변화 하고 있다. A급식업체는 주로 이탈리아산 올리브유를 공급 받았는데 최근 이탈리아 가뭄으로 작황이 악화되자 스페인, 튀르키예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했다. 고등어도 최근 제주 연근해의 수온 상승으로 공급량이 감소하자 대표 고등어 수입국인 노르웨이산 고등어 가격도 같이 뛰었다. 이에 따라 페루, 칠레까지 고등어 수입국을 확대하기도 했다.
급식업체 관계자는 "노르웨이산 수입 고등어도 가격이 비싼 편이라 고등어 연간 사용량을 예측해 국내산 고등어를 동절기에 비축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급격히 오른 품목은 대체 상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제주산 생당근 대신 냉동 당근을, 수박 대신 복숭아나 포도 등 다른 과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식자재 업체 관계자는 "전체적인 수급 및 품질관리를 위해 산지 계약, 수입산 제품을 병행 판매 중"이라며 "전처리, 냉동, 스마트팜 농작물 등의 대체상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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