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온·삼성SDI, 美 합작공장 11곳
오토노머스에이투지, UAE·싱가포르 JV 설립
"현지화·규제 대응 동시 달성" 新수출모델 부각  |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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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아랍에미리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뮤니라 알 마르주키(Muneera Al Marzooqi) 스페이스42 상무, 슐라이만 알 알리(Sulaiman Al Ali) 스페이스42 CCO,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 황성훈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국장)이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제공 |
[파이낸셜뉴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수출이나 지사 설립을 넘어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세워 정부사업을 직접 수주하는 방식이 공통 전략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지 파트너십 없이는 시장 진입이 어려운 구조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공동 출자한 JV를 기반으로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기준 미국 내 가동 혹은 건설 중인 합작 공장만 11곳에 달한다. 대규모 관세 장벽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가 결합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현지 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을 출범시켰다. 사우디국립주택공사(NHC) 산하 NHC이노베이션과 공동 운영하는 JV는 20억리얄(약 7500억원) 규모로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을 맡는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춰 스페이스42와 중동 지역 첫 한국 자율주행 JV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는 800만달러(약 120억원) 규모로 실증을 넘어 아부다비 자율주행 프로젝트 공동 수주를 통해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싱가포르에서도 지난해 5월 킬사글로벌 자회사 KGS와 JV 'A2G'를 세워 규제 시험과 파트너 발굴, 사업 운영을 맡기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다. 일본 종합상사 가네마쯔와는 고령화·교통공백 문제가 심화한 일본 시장을 겨냥해 JV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JV가 주목받는 이유로는 각국이 핵심 산업을 국가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AI와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은 공공 인프라와 결합하는 산업으로, 도로·지도·관제 데이터는 공공 자산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현지 데이터를 다루기 어렵고 규제 대응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 별로 규제 체계가 다르게 형성되면서 제도 변화에 즉각 대응할 파트너가 필요한 점도 같은 이유다. 단순 기술 수출만으로는 시장 확보가 어려워지고, 현지 생태계와의 결합 필요성은 강화되는 것이다.
해외 기업들도 같은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와 일본 시장을 겨냥한 JV인 'SB OAI 재팬'을 세웠다. 첫 고객은 소프트뱅크 자신이다. 기업용 AI 솔루션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를 공동 개발해 일본 시장에 공급한다. 팔란티어는 UAE 두바이 국영기업과 AI JV를 설립해 중동 주요 산업 부문 AI 전환을 맡긴다. 미국 물류로봇기업 덱스터리티도 일본 시장 진출 시 JV 방식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JV 중심 글로벌 진출이 앞으로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100% 자회사를 설립해 독자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보다 JV를 통해 현지 설비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실패 부담이 적을 것"이라며 "다만 현지 파트너와 협의 등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 등을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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