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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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대로 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전세제도의 수명이 다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토로했습니다. 전세제도가 없어지면 월세 임대료가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미 국내에서는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1993년에 전세폐지론을 주장했고, 국토연구원에서도 2000년에 보증금 상환 문제가 심각해져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즉, 전세제도의 문제점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각종 대책을 만들면서 유지해 왔습니다. 만일 그 당시에 전세제도를 선진형 모기지방식으로 전환했으면 지금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합니다.
전세 제도 사라지면 월세 폭등한다?
당시에도 전세제도 폐지 반대 여론에 떠밀려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해 지면서 집값과 전세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무주택자를 위해 전세대출 한도를 크게 늘리면서 문제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작년부터 미국의 고금리 정책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도 폭등하니까 집값이 폭락하면서 ‘깡통전세’가 등장했습니다. 이를 활용한 무자본 갭투자의 탄생으로 전세사기가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대책을 내 놓았지만, 워낙 많은 변수가 있고 사기유형도 다양합니다. 또 하반기에 이런 피해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보도가 연일 나오니까 결국 장관도 솔직하게 전세제도의 수명이 다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 임대료가 올라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들이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국내에서는 안정된 월세로 공급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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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스1 |
싼 월세로 거주...공모리츠 아시나요?
우선 공공임대나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들 수 있습니다. LH공사가 리츠AMC를 설립, 주변보다 저렴한 월세 임대료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부평의 ‘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대표적 입니다. 인천 십정2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 일환으로 총 5678가구 중 3578가구를 매입, 8년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운영하는 공모형 리츠 입니다.
이 아파트는 포스코건설이 시공하고 인천도시공사가 시행하는 대규모 브랜드 단지입니다. 초기 임대료는 일반의 경우 주변시세의 90%, 청년·신혼부부는 70~85%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임대료 상승률도 연 5%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입주도 무주택자와 주거지원계층 우선 입주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10년 뒤 매각차익에 의한 목표 수익률이 8.9%로 안정돼 있습니다. 매 반기마다 높은 배당을 주는 공모형 리츠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리츠 사업자에게는 인센티브로 용적률 상향 및 토지 저가매입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그 혜택 중 상당부분은 바로 저소득층·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전세제도 폐지 연착륙 방안의 하나로 이런 공모리츠를 활성화해 더 확산 시키면 저렴한 월세로 대단지 브랜드아파트까지 거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주변 월세 시세도 자연히 안정될 수 밖에 없게 되고, 파급효과는 더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세제도 폐지는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지만 더 좋은 선진형 주택공급 정책이 계속 나오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