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재계 전반에 확산됐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경기 침체와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빠르게 꺾이고 있다. 특히, 녹색채권 열기를 주도한 이차전지 업체들의 ESG채권 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ESG 경영을 위해 사명까지 바꾼 기업들도 수익성 악화에 친환경 자회사 매각부터 나섰다.
24일 금융투자업계와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기업들이 발행한 ESG 회사채 잔액(금융채, 특수채 제외)은 20조4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 12월 말 23조1026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8개월만에 3조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연간 발행 잔액이 전년대비 2조4300억원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20년 1조원대에 불과했던 ESG 회사채 발행은 2021년 폭발적으로 늘어나 2023년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투자기관은 물론 국민연금도 ESG를 주요 투자 지표로 삼으면서 ESG 채권에 기관 자금이 몰린 영향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ESG경영 동력도 역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대규모 발행을 통해 시장규모 확대에 일조했던 전기차와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지난해서부터 ESG채권 발행 물량이 줄고 있다. 국가 수출 동력으로 주목받던 이차전지가 지난 2023년 4·4분기를 정점으로 성장세가 꺾였던 결과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정점이었던 지난 2023년 ESG 회사채 발행 시장을 살펴보면 SK온,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한화, 한화모멘텀 등 10여 곳이 앞 다퉈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2024년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해운, LG에너지솔루션,
KT&G 등이 녹색채권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 조달 목적이 녹색 프로젝트라면 녹색채권, 사회적 프로젝트인 경우 사회적채권, 녹색과 사회적이 혼합된 프로젝트면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녹색채권 열풍이 거세 불었다. 하지만, 올해 1월~8월 ESG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300억원), 지에스이앤알(600억원),
대상(600억원) 등 3곳에 그쳤다. 녹색채권 발행한 기업은 지에스이앤알 한 곳이다. 나머지는 사회적 채권 발행이다.
또 그리니엄(그린 프리미엄의 약자·ESG 반영으로 얻는 금리 프리미엄)의 매력 감소도 ESG채권 이탈 이유로 꼽힌다. ESG경영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 할 수 있는 게 최대강점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기로 접어들며 그리니엄의 매력은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ESG 경영을 위한 혁신 차원에서 사명을 교체하고 친환경 자회사까지 인수했던 SK에코플랜트는 ESG 손절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수조원을 투자해 친환경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면서 환경자회사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등 3곳을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1조7800억원에 매각키로 하는 주식매매계약(SPA) 계약을 맺었다.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께 딜 클로징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달 22일 기준 회사채를 비롯해 특수채, 은행채, ABS 등을 포함한 ESG 전체 채권 발행규모는 251조1554억원이다. 이 역시 지난해 말 264조8711억원 대비 13조원 넘게 줄은 수치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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