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조 판 연기금, 순매수 종목은 수익률 30%↑

[파이낸셜뉴스] 연기금이 올해 들어 순매도를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사들이는 종목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 종목들의 대부분은 수급상황 개선으로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연기금은 10조원이 넘는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단 하루도 순매수를 기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팔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기금이 사들이는 종목들은 있다.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연기금이 가장 선호한 종목은 빅히트로 113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650억), 키움증권(592억), LG디스플레이(566억), SK(425억) 등의 순이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을 포함해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군인공제회·우정사업본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자산 비중을 맞추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의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10위 종목 중 2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30% 수준이다. 빅히트 주가가 16만원에서 23만1000원으로 44.38%나 상승했고 키움증권 24.51%, LG디스플레이 26.42%, SK 27.03%, 고려아연 3.36%, 두산퓨얼셀 11.78%, CJ제일제당 13.12%, LG이노텍 11.78%다. 삼성바이오로직스(-2.91%), 셀트리온헬스케어(-12.7%)만 하락했다.

특히 100억원 이상 사들인 종목 중 104억원어치를 사들인 효성첨단소재는 96.9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09억원어치를 산 동원시스템즈도 62.18%나 오르며 1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종목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외 223억원을 사들인 세방전지는 60.38% 상승했고 153억원어치를 사들인 에스엘은 56.92%, 143억원을 산 한국항공우주는 48.64%, 215억원을 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3.33% 올랐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175억원어치 판 가운데서도 '실적주'와 '장기성장주'는 꾸준히 사들이며 좋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연기금의 러브콜 1위인 빅히트는 최근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강화하고,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도 협력하기로 하면서 미래 성장성에 대해 재평가 받고 있다. 빅히트의 실적도 기대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의 경우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급등 중이다. 지난해 말 24만500원에 불과했던 SK 주가는 올해 우상향하며 32만원대까지 올랐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친환경·에너지주와 더불어 전기차 및 항공우주 시장의 확대로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들도 많이 사들였다.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용 원사를 생산하는 업체로 폴리에스터 원사, 나일론 원사 등 전통적인 제품뿐 아니라 고성능 탄소섬유 같은 소재도 생산한다. 동원시스템즈는 알루미늄박 등을 생산하는 종합 포장재 회사로 최근 2차전지 소재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세방전지는 차량 및 산업용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고 두산퓨얼셀도 수소 테마주 중에서 주목 받고 있는 종목이다.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민간기업이 상용 우주선 '스페이스십2'의 우주비행 테스트를 재개한다는 소식에 우주 테마주로 묶이며 급등한 종목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연기금이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해 매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순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이 주가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만큼 장기 우량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조정 국면에서는 장기 우량주, 장기 성장주에 대한 집중이 더 필요하다"면서 "기관이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소 관련 주나 ESG 등에 관련된 주식은 사고 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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