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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코앞 기업들…'안전 조직 강화하고, 인력 늘리고'

이데일리 2022.01.19 16:52 댓글0

- 철강·석유화학·조선업 막바지 안전 점검 분주
- 조직개편·인사서 CSO 선임, '안전 역량' 강화
- 안전환경 전문인력 채용 확대에 협력사 강화도
- "중대재해 사고 기준·처벌 주체 명확해야" 지적도

[이데일리 박민 기자]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경영진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막바지 점검에 분주하다. 현장에서 사고가 잦은 고위험 업종의 기업들은 연말·연초 조직개편에서 최고 경영자 직속의 안전 분야 컨트롤타워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안전 관련 인력과 예산을 강화하는 등 안전 관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 모두 이번 법령의 시행 취지를 공감하고 있음에도 중대재해 사고 기준과 처벌 주체 등의 해석에 모호한 측면이 많아 기업 경영을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자 모습.(사진=이데일리DB)
◇안전 관리 조직 보강하고 위상 높이고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철강·석유화학·조선업 등 중후장대 기업 대부분 안전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말·연초 인사에서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 환경 관련 부서들을 CSO 직속에 관리하는 등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전열을 가다듬는 방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률이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중후장대 기업들이 해당 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GS(078930)칼텍스는 지난해 말 이두희 GS칼텍스 최고안전책임자(CSO) 겸 생산본부장(부사장)을 기존 허세홍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CSO가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은 GS칼텍스 내 처음이다. 그만큼 안전 관리 책임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안전생산본부장인 고영규 부사장을 CSO로 새롭게 선임하고, 기존 안전 환경 관련 부서들을 CSO 직속에 두고 관리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지난해 안동일 대표이사 사장 직속의 사업부급인 ‘안전보건총괄’ 부서를 신설하고 안전·보건 분야 컨트롤타워로 운영하고 있다.

안전 내실 강화와 함께 직접 현장 내 안전 관련 권한을 강화한 곳도 많다. 포스코(005490)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설비를 가동하는 중에는 일체의 정비나 수리 작업을 금지하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작업자 안전 확보를 위해 작업 중지권을 적극 안내하고, 작업자의 동의를 받은 뒤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동국제강(001230)은 공장별 설비안전위원회를 운영하고, 비상대응 역량평가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해 비상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위험한 작업환경이 많은 중후장대 산업은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외부 전문 기업과의 협업, 협력사와의 안전 관리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LG화학(051910)은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위험 공정과 설비, 물질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개선 진척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특히 공정·설비·안전 엔지니어와 외부 전문 기관이 협업해 중대사고 위험 사례를 사전에 발굴해 대응하고 있다. 협력사에는 안전설비·분석 장비도 제공한다.

조선업계 또한 안전환경 전문인력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329180)은 안전부문 인력 20%를 증원하는 등 안전조직을 강화하고, 현장 유해요인 확인 개선을 위한 신규 위험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안전관리 인력을 늘리며 고위험 작업과 안전에 취약한 공정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모호한 법 해석에 산업현장 혼란 우려

현장에선 중대재해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예방보다 사후 처벌 위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고, 처벌 기준 등 모호한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어떠한 기업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길 바라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중대재해법은 경영진의 책임 범위나 중대재해 고의와 과실 기준 등이 모호해 자의적 해석에 따라 ‘걸면 걸리는 규제’가 될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처벌 규정만으로는 중대재해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대부분이 안전 관리 부재보다는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가 다수라는 이유다. 이에 실질적으로 산재를 예방하고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예방책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특히 현행법은 형사처벌만을 회피하기 위한 행태 증가 등의 부작용도 나올 수 있어 산업 안전 관련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는데 무게를 두고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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