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효성화학·SK에코 등
차환 리스크 대비 유동성 확보
기업들이 신용도 관리를 위해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 시대 이자부담이 커지는 데다 차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각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는 부채비율과 담보권 설정 비율 등과 관련한 기한이익상실(EOD) 조건이 걸려 있어 기업들은 해당 트리거가 발동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3일 EG자산평가의 AI플랫폼 아이리스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발행한 채권 및 단기채 잔액은 총 1조730억원에 달했다. 채권 6530억원, 기업어음(CP) 및 전단채 4200억원으로 연내 현금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규모만 6850억원에 이른다.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A+로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A0로 한 단계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가 자본시장에서 차환을 택할 경우 이자율 부담은 상당하다. KIS채권평가사의 키스넷에 따르면 공모 무보증 회사채 A+ 민평금리는 연 3.5% 수준이다. 사모 무보증 금리 기준 연 3.9% 수준이다. 1조원을 차환한다고 가정한다면 매년 300억~400억원가량의 이자부담이 더해지는 셈이다. 실적도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채비율만 커질 수 있다.
롯데건설의 기한이익상실(EDO) 조항에는 부채비율 500% 이하(별도 기준), 담보권설정은 자기자본의 800% 이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의 제외 등이 있다. 현재 별도 기준 롯데건설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23.2% 수준이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3·4분기 매출은 2조27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7% 줄어 1631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자산매각이 답이라 여긴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본사 부지 등 1조원 규모의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약 5000억원 수준의 본사 사옥을 비롯해 창고 자산을 매각할 경우 롯데건설은 약 1조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건설의 본사 자산 가치는 4000억~5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롯데건설은 사업 토지와 민간임대리츠 지분 등 보유 자산에 대한 활용 방안도 검토한다. 수도권·지방에 위치한 자재 창고부지 등 외부에 임대 중인 유휴자산 등의 매각도 검토할 계획이다.
효성화학도 지난해 특스가스사업을 효성티앤씨에 약 1조원에 매각했다. 효성화학의 회사채 및 단기물 잔액은 1조472억원 수준이다. 이 중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은 6472억원이다. 신용등급 BBB+ 수준인데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효성화학의 회사채 조달금리가 1년물 기준 7.7%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약 1조원에 대한 이자율은 연 700억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DO) 조항에는 부채비율 500% 이하, 담보권설정 자기자본의 300% 등이 포함됐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13.7% 수준이다. 계속되는 전방산업 부진으로 자산 매각이 없다면 부채비율 상승을 막을 길이 없는 셈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에 따라 이달 4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다만 회사는 올해 1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자본잠식이 해소됐다며 다음 달 중 특정목적감사보고서를 제출해 빠른 시일 내에 거래를 재개시키겠다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도 수처리 폐기물 자회사인 리뉴어스 지분 75%와 매립장 매립 자회사인 리뉴원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예상 매각가는 2조원 내외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의 회사채 및 단기물 잔액은 1조9862억원에 이른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물량은 1조15억원 수준이다. 회사채 EOD 조건은 부채비율 990% 이하, 담보권설정 700% 등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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