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로 가나

[파이낸셜뉴스]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의 중심가가 지난달 16일 코로나19 봉쇄 조처로 텅텅 비어있다. 중국 봉쇄, 미국 경제둔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 경기둔화 등으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전세계 경제가 팬데믹 회복을 뒤로하고 침체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19(칭링) 정책에 따른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로 성장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고, 미국은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0.5%p 금리인상, 이른바 '빅스텝' 속에 경기 하강 조짐이 뚜렷하다.

유럽은 러시아가 2월 24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러잖아도 고공행진하던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고, 신흥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식량위기로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2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이미 고전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글로벌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브룩스는 이전과 다른 점은 지금의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붕괴하는 금융시장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세계 주식시장 흐름을 추적하는 MSCI 세계지수는 지난 1주일간 1.5% 넘게 하락했다. 5월 낙폭은 5%가 넘고, 1월초 고점에 비해서는 18% 넘게 폭락했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일 장중 약세장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회복하기는 했지만 이번주 다시 약세장 문을 노크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전략가는 분석노트에서 채권, 인플레이션 헤지 채권, 산업용 금속재, 금, 암호화폐 등 주식 외에도 자산시장 전반이 매도세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조시는 지금처럼 투자자들이 "다 판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1981년 당시 연준 의장이던 폴 볼커의 초강력 금리인상으로 미 경제가 침체에 들어서던 때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 세계 경제 침체 우려 고조
경기침체에 관한 정의는 다양하다.

흔히 국가별 침체는 2분기 이상 연속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는(마이너스 성장) 경우를 일컫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정의는 따로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은 1년 단위로 전세계 실질소득이 줄어든 경우를 경기침체로 규정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1975년, 1982년, 1991년, 2009년, 그리고 팬데믹 당시인 2020년 등 1970년대 이후 모두 5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IMF 세계경제 전망보고서 예상을 토대로 보면 올해 세계 경제 흐름은 경기침체와 거리가 멀다.

비록 지난해 10월 예상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4.5%를 4월 2.5%로 낮췄지만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다.

IIF의 브룩스는 그러나 4월 IMF 보고서 발표 이후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투자자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침체 접어든 중·미
세계의 공장 중국은 주요 도시 봉쇄 충격으로 경기 둔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4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비 11% 급감했고,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3% 줄었다. 주택 판매 역시 경제가 둔화세를 보였던 2020년 초반보다도 더 감소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케빈 시에는 중국의 4월 경제지표는 일관되게 실망스러웠다면서 고용감소, 기업과 가계의 자신감 위축 속에 지출이 줄고, 성장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성장엔진 미국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서 연준이 4일 0.5%p 금리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0.5%p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도 물가가 안 잡히면 0.75%p 금리인상이라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착륙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시장에 자가발전을 일으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파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구하 부회장은 파월 의장이 반드시 연착륙할 것이라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대신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면서 그가 비록 침체를 에상하지는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경기침체와 대규모 실업이 수반하는 것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시인해 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다고 말했다.

■ 유럽, 제로성장 우려 고조
유럽도 사정은 어렵다.

유로존(유로사용 19개국) 4월 물가상승률은 7.4%를 기록해 임금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며 실질 소득 감소를 불렀다. 소득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유럽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6일 올해 EU와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2.7%로 급격히 하향조정했다. 내년에는 2.3%로 더 떨어질 것으로 비관했다.

이마저도 지나친 낙관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티안 슐츠는 공식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면서 올 하반기 유럽 경제가 제로(0)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