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K식품 유럽수출 24% 증가
최대 시장 美선 26개월 만에 감소
CJ제일제당, 헝가리 신공장 건설
농심·삼양식품은 네덜란드에 법인
까다로운 규제·현지화 등 과제로
한미 상호관세 등 통상 리스크와 K푸드 인기가 맞물리면서 국내 식품업계의 글로벌 성장 축이 유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통의 K푸드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벗어나 유럽 등으로 수출 다변화 전략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유럽의 까다로운 식품 규제와 현지화 전략 등이 K푸드의 유럽 성공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9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의 충격이 산업 전반에서 현실화되면서 K푸드 대미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7월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대미 수출액은 1억39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1000만달러(6.7%) 감소했다.
전년 동월대비 대미 농식품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23년 5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지난 8월 수출도 1억32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4.4% 줄었다.
농식품 대미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8월 고율의 상호 관세를 앞두고 제품 발주를 앞당긴 영향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의 약 16%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관세발 통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기 위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 유럽의 농식품 수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K푸드의 유럽 수출액은 4억2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유럽 K푸드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추후 비비고 치킨 생산 라인도 증설할 계획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달 유럽의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영국 런던을 방문해 사업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당시 "그룹의 글로벌 사업 거점인 미국에 이어 잠재력이 큰 유럽 시장에서 신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K푸드 선두주자인 라면업계도 유럽 시장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테스코(영국), 레베(독일), 알버트 하인(네덜란드), 까르푸(프랑스 및 유럽 전역) 등 유럽 핵심 유통채널에 신라면 등 주요 브랜드 판매 규모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농심은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 법인을 설립했다.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시장 3억달러 수출이 목표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이외에,
풀무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업 사무소 개설에 이어 연내 유럽 내 판매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4~8일(현지시간)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에는 국내 식품사들이 총출동하며 유럽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참가 기업은
남양유업·농심태경·대두식품·
대상·
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
빙그레·
샘표식품·오리진고메·
영풍·팔도·풀무원·
하림 등이다.
다만, 강화되는 있는 유럽 식품 규제는 넘어야할 산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부터 신식품(노벨푸드) 판매를 위해 생산 과정, 성분 등 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올 들어 유럽 일부 국가에서 초가공식품(UPF) 경고라벨 도입을 요구하는 등 논의가 본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식문화를 중시하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능적 편의성이나 혁신성을 강조하기보다 한국의 전통 식문화나 건강 성분을 강조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새로운 식품이나 기술에 대한 신뢰를 쌓기 어려운 시장인 만큼, 단기적인 매출 확대 전략이 아닌 중장기적 신뢰 구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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