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동해 심해 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의 1차 시추가 사실상 실패했다. 당초 5~6월 중간발표가 예정됐으나, 4일 종료된 시추 결과에서 부정적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이른 시점에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대해서는 해외 투자를 통해 재원을 확보해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갖고 "대왕고래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가 잠정적으로 일부 있었으나, 경제성을 확보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성 판단은 가스 포화도를 비롯해 저류층, 덮개암 등이 충분했는지 탄화수소 등을 본다"며 "대왕고래를 생산 광구로 전환할만한 가스 포화도를 발견하지 못했다. 가스가 이동해서 다른 곳으로 갔을 수있고 균열을 통해서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있는 가스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왕고래 탐사시추는 잠재 자원량이나 여러가지 가능성을 종합해 시추 위치를 정했고 그 부분에서 석유시스템, 석유 구조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막상 생각했던 탄화수소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인을 못해서 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탐사시추 여부에 대해서는 "대왕고래가 하나의 연결된 구조라고 봤을 때 이번 시추를 통해 전체 구조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재 결과를 놓고 보면 대왕고래 전체 가스포화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탐사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3일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며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140억 배럴은 21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인 남미 광구(110억 배럴)보다 더 많은 자원량이다.
석유공사가 계약한 탐사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달 20일 대왕고래 첫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석유공사는 해수면 아래 1761m 이상 깊이의 대륙붕 해저까지 시추공을 뚫어 암석 시료를 확보했다. 공사는 첫 번째 시추공에서 채취한 시료를 전문 업체에 넘겨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료를 맡기기 이전에 시추공에서 발견한 탄화수소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친 것이다. 탄화수소는 원유나 가스의 매장 여부를 판단하는 징후 중 하나이다. 이 기준에 못 미치면서 5~6월로 예정된 중간 발표나 7~8월의 최종 분석 결과도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산업부는 대왕고래 외에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대해서는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탐사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시추는 자원개발 생태계에서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매년 5000억 달러 넘게 가스를 수입하는데 국내에서 개발된 가스전이 있다면 무역수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재원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해외투자 유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자원 개발에서 첫 시추에서 성공할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며 "1차 시추 결과가 투자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이를 활용하면 향후 시추에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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