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주식 활용..진성 매각의사 밝혀
해외 자회사 1400억 투자 등 운영자금 목적
에코프로비엠 향후 증자 등에 실탄 쌓기 시각도  |
|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오창 외관. 에코프로비엠 제공 |
[파이낸셜뉴스]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으로 7000억원 규모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에코프로를 통해선 시장에서 대규모 조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활용한다.
2024년 연결 기준 에코프로는 2930억원, 에코프로비엠은 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회계상 부채 증가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PRS 계약이 떠오른 배경이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주식 활용해 PRS로 7000억 조달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활용한 PRS 계약을 통해 시장에서 7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증자에 필요한 자금을 PRS를 활용해 마련한 후 행보다. 에코프로는 주관사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을 선정했다.
이자 수익률은 3개월 변동 조건이지만 에코프로 2년 민평금리+70bp(1bp=0.01%)인 5.850%다. 만기는 2년이다. 주관사들은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총액인수 및 조건 등을 최종 결정하고 오는 10월 5일에 기표를 통해 투자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해외 자회사에 1400억원 규모 투자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비엠의 향후 필요한 증자 등에 참여하기 위한 실탄을 쌓기 위한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번 조달 관련 에코프로는 시장 관계자들에게 "에코프로비엠 주식에 대한 진성 매각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PRS란 일정 기간 후 기초자산(자회사 주식)의 주가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계약을 말한다. 만기 시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가 기업에 차익을 지급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기업이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투자자는 매년 일정 수수료를 받고, 만기까지 기본적인 수익이 확보할 수 있다.
원금 손실 우려 없이 수수료 수익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적인 투자라는 평가다. 기업 입장은 다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수수료 외에 손실보전 부담도 있다. 자회사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자금 조달 방법이다.
■에코프로, 내년 만기 유동성차입금 5000억 넘어..영구채 콜옵션 행사도 부담 에코프로가 PRS로 7000억원 조달을 검토하는 데는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돌아오는 유동성차입금(회사채 포함)은 5000억원을 넘는다. 주가는 올해 들어 작년 말 대비 반토막 나면서 영구채 콜옵션(1050억원) 행사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적자전환, 계열사 지원에 따른 현금 유출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앞으로 시장성 차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시장성 부채를 늘리기에는 회사채 트리거(기한이익상실)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에코프로가 발행한 회사채에는 △별도기준 부채비율 300% 이하 및 연결기준 400% 이하 △지급보증 또는 담보권이 설정되는 채무의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연결기준 300% 이하, 별도기준 400% 이하 △하나의 회계연도에 1회 또는 수회에 걸쳐 자산총계의 90% 이상의 자산을 매매, 양도, 임대 기타 처분할 수 없음(연결기준) 등의 조건이 명시돼 있다. 시장성 차입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에코프로의 PRS가 적합한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2월 공모채 발행 목표는 1년물 250억원, 2년물 150억원 등 최대 800억원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2년물 수요가 목표인 150억원에 그쳐 증액 발행에는 실패했다. 이 공모채는 차환자금 용도였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2월에는 1370억원의 공모채, 그리고 12월에는 300억원의 사모채를 찍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각각 A-에서 BBB+, A에서 A-로 하향 조정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시작됐다. 차환자금이 필요한 에코프로는 지난 8월 28일 14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하는데 그쳤다.
에코프로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00.4% △2022년 말 112.0% △2023년 말 116.8% △2024년 말 112.0% △2025년 3월 말 122.6%로 올해 들어 120%를 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는 117.7%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에코프로의 총차입금은 3조6875억원이다. 에코프로의 총차입금은 △2021년 말 1조447억원 △2022년 말 1조6263억원 △2023년 말 2조6234억원 △2024년 말 3조2113억원 순으로 증가세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는 지난 7월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헤쳐 나가는 건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3600명 우리 임직원이 힘을 합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기업은 생산을 적게 할 때도 있고 영업이 잘 안될 때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 숨 쉬어야 하고 역동적이어야 한다. 가동률이 떨어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수익 구조와 제품 다양화, 원가 및 기술 경쟁력을 갖춘 포트폴리오, 공정 혁신, 선제적 고객 다변화 전략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으로 490억원을 기록, 시장 예상치인 123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7월부터 새로운 외부 고객사로 판매를 시작했고 오는 4·4분기 중 신규 고객사와의 수주가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도 흑자 지속을 자신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고전압미드니켈(HVM) 양극재 개발을 통해 고객사 다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HVM은 중저가형 제품에 적용되는데, 하이니켈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이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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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fnnews.com 강구귀 김현정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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