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독일 자동차 부품기업 ZF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사업을 15억 유로(약 2조6000억원)에 전격 인수한 배경에는 자율주행 및 스마트카(SDV)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란 전략적 판단이 자리한다.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을 기반으로 하는 ADAS는 자율주행의 전제조건이다. 바꿔말하면, 첨단 ADAS 없이는 자율주행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테슬라, BYD, 현대자동차, GM은 물론이고, 구글, 엔비디아까지 자율주행 시장에 가세하며, 미래차 주도권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3일 전장업계에 따르면 ADAS와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은 2025년 422억 달러(약 62조5000억원)에서 2030년 657억 달러(97조4000억원), 2035년 1276억 달러(189억원)로 10년 만에 3배로 고속성장이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ZF의 ADAS 사업 전격 인수를 통해 단숨에 ADAS 시장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하만의 디지털 콕핏과 연계해 ADAS와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통합으로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올라선다는 구상이다. 실제, 글로벌 전장업체들은 SDV 전개에 맞춰 디지털 콕핏과 ADAS를 통합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하만 최고경영자(CEO) 겸 오토모티브 사업부문 크리스천 소봇카 사장은 "디지털 콕핏과 ADAS가 통합되는 기술 변곡점에 서 있는 전장시장에서, 중앙집중형 통합 컨트롤러를 공급할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모듈 형태로 컨트롤러를 공급할 경우,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적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업 역시, 한층 탄력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사업 고도화에 따라 삼성전자 스마트폰, 인공지능(AI)홈, 스마트카 시장까지 'AI기반 초연결 모빌리티'까지 구현하는 발판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장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챙기는 대표 신사업이다. 이 회장은 올해 3월, 중국 베이징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 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으며,중국 광둥성 선전 BYD본사를 직접 찾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기가 BYD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수주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와 밀접한 관계를 쌓으며, 테슬라와 165억 달러(23조원)규모의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의 올해 4번째 대어급 인수합병(M&A)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15억 유로·2조6000억원)인수를 시작으로, 곧이어 6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3억5000만 달러·5200억원), 7월 디지털 헬스기업 미국 젤스(1조원 미만으로 추정)를 인수했다. 올들어 대략 6조5000억원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에 투입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절차가 2026년 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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