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나라' 이탈리아가 인정… 삼성 가전, 유럽 빌트인으로 확장

17일(현지시간) 찾은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가장 큰 가전 매장인 'Media World'. 당초 브랜드 노출을 막는 판매 전략을 고수해 왔지만, 코로나 이후 유럽 최초로 '할당된 공간 내 최대 노출' 전략으로 전면 수정해 주목받았다. 삼성전자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가장 큰 가전 매장인 'Media World' 2층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2층 건물. 빨간색 외벽에 흰색 큰 글씨로 'Media World'가 적힌 '이탈리아의 전자랜드'로 불리는 가전 상가다. 1층에는 브랜드별로 모바일 보테가(상점)들이 입점해 있고, 2층에 올라서자 글로벌 인공지능(AI) 가전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매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가장 큰 가전 매장인 'Media World' 삼성전자 매장에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고객이 판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7일(현지시간) 찾은 미디어 월드는 독일계 MSH의 자회사로, 밀라노 시내에서 가장 큰 가전 매장이다. 유통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유럽 전역을 합쳐 톱3 안에 들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당초 브랜드 노출을 막는 판매 전략을 취해왔지만, 코로나 이후 유럽 최초로 '할당된 공간 내 최대 노출'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2층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을 들어서자 '빌트인 와이드 상냉장·하냉동 냉장고'가 고객을 맞이했다. 집이 좁은 유럽은 한국과 달리 보통 냉장고를 1개만 사용한다. 보관 공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식재료를 변하지 않고 오래 보관하고 싶다는 이탈리아인들의 니즈를 반영해 옆으로 크기를 늘린 제품을 출시했다.

빌트인 가전은 이탈리아 가전 시장에서 52%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 분야다. 제품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10% 이상 비싸고, 냉장고·오븐·쿡탑·식기세척기 4개가 기본 구성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델 교체가 어렵고, 설치 용이성, 높은 품질 요구 등 신규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보수적인 시장으로도 꼽힌다.

삼성전자는 빌트인 가전 공략을 위해 '에너지 효율'에 주목했다. 최근 유럽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에너지 절감 제품에 관심이 높다.

특히 냉장고는 높은 전기요금 부담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탈리아인은 가격이 낮은 F등급을 주로 많이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10% 더 줄인 제품을 냉장고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삼성전자 이탈리아법인 석혜미 프로는 "높은 에너지 효율로 2022년부터 이탈리아 매출기준 가전 전체 프리스탠딩(단일 제품)과 빌트인을 포함해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며 "비스포크 세탁기는 A등급보다 40%를 더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탈리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효자 아이템은 '오븐'이다. 고기와 디저트 등 2개의 요리를 동시에 하면서 위아래 문을 별도로 열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오븐 요리 시간이 길고, 소요 시간이 서로 달라 문을 따로 열 수 있게 해달라는 이탈리아인의 니즈를 반영하며 이탈리아 가전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23년 4분기 소비자 조사 결과 이탈리아인 10명 중 8명이 제품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2004년부터 20년 연속 TV 1위를 지켜오고 있고, 지난해에는 세탁기와 냉장고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현지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탈리아법인 석혜미 프로가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명품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스카볼리니'에서 삼성전자 빌트인 오븐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미디어 월드에 이어 들린 명품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스카볼리니'와 '루베' 매장에서는 삼성전자 빌트인과 협업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에서 12%의 매출 증가를 달성하며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석 프로는 "빌트인은 1㎜의 차이로 시장에 진입하느냐 못하느냐가 판가름 날 정도로 품질이 생명"이라며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의 5대 명품 가구 유통사와 모두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빌트인 매출을 견인할 제품은 '와이드 상냉장·하냉동 냉장고'다. 할머니와 엄마가 쓰던 가전을 물려받아 쓰던 경향이 강했던 이탈리아 시장에서 혁신 기술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 만큼, 유럽 전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석 프로는 "와이드 냉장고는 변화의 움직임이 가장 빠른 이탈리아를 넘어서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전역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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