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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올뻬미’의 교사범

파이낸셜뉴스 2022.12.02 15:09 댓글0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던 소현세자는 명나라가 망하면서 조선으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은 소현세자의 사인에 대해 주맹증이 있는 침술사(류준열 분)를 통해서 풀어가는 설정이 참신합니다.

작품 속에서, 인조((유해진 분)은 어의 이형익(최무성 분)에게 맏아들 소현세자를 독살하라고 합니다. 어의 이형익은 인조의 지시에 따라 소현세자를 독살하는데 이와같이 범죄를 지시한 교사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행위자 자신이 범죄를 직접 실행하는 경우를 직접정범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단독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단독정범, 여러 사람이 공동하여 범죄를 실행한 경우를 공동정범이라고 합니다. 행위자 자신이 범죄를 실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실행하는 경우를 간접정범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정범과 대비해서 교사범과 방조범을 공범이라고 합니다. 교사범은 범죄를 범할 생각이 없은 사람에게 범죄실행결의를 가지게 하여 이 결의에 의해서 범죄를 실행하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방조범은 정범의 범죄실행의 결의를 강화시키거나 범죄실행행위를 가능 또는 용이하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교사범이 성립되려면 피교사자인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어야만 합니다. 즉, 범죄 교사행위 그 자체는 범죄의 실행행위가 될 수 없으므로 교사범은 피교사자인 정범의 실행행위가 있는 경우에 정범에 종속해서만 성립합니다.

타인을 교사해서 죄를 범하게 한 교사범은 그 범죄행위를 실행한 피교사인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정범의 범죄실행 결의를 강화시키거나 범죄실행행위를 가능 또는 용이하게 하는 방조범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합니다.

교사범과 정범을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하는 것은 법정형입니다. 실제 재판에서 선고되는 선고형은 교사범과 정범의 형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에게 정범보다 더 중한 형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피교사자인 정범이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범죄실행에 착수하지 아니하는 것을 효과없는 교사라고 하는데, 이때 교사자와 피교사자는 음모죄 또는 예비죄에 준하여 처벌합니다. 피교사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도 아니한 것을 실패한 교사라고 하는데, 이 때는 교사자만 음모죄 또는 예비죄에 준하여 처벌합니다.

영화 속에서, 인조가 어의 이형익에게 소현세자를 독살하라고 지시한 것은 교사행위에 해당하고, 인조의 지시에 따라 어의 이형익이 소현세자를 독살한 것은 살인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교사범인 인조는 피교사자인 정범 어의 이형익과 동일하게 살인죄의 형으로 처벌받습니다.

어의 이형익이 소현세자를 독살하는데 옆에서 보조한 주맹증 침술사 경수는 살인죄의 방조범이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어의 이형익의 살인행위를 보조한 것이 살인행위를 가능 또는 용이하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사범이나 방조범은 모두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